속초출신 김경미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인어공주는 몇 살이었을까요’를 상재했다. 동화 속 인물의 나이를 묻는 듯한 시집의 타이틀은 읽는 순간 방향을 바꿔, 지금 이 자리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감정 상태를 향한다. 시집에 수록된 시편들은 삶을 설명하거나 결론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대신 감정이 스쳐 간 자리를 따라 천천히 문장을 놓아두며, 존재가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모란, 물, 바람, 숲 같은 자연의 이미지는 장식이 아니라 감정의 좌표로 기능하고, 일상의 균열과 회복의 징후를 담담하게 비춘다. 시인은 상처를 과장하지 않고, 위로를 서둘러 제시하지도 않는다. 견디는 하루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세계 내 존재’로서의 개인이 지금-여기에서 어떻게 숨 쉬는지를 보여준다. 이 시집을 읽는 일은 과거를 회상하는 행위가 아니라 현재의 감각을 점검하는 과정에 가깝다. 질문은 끝내 독자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지금, 몇 살의 마음으로 하루를 건너고 있는가”라고 말이다. 특별한 날 보다는 평범한 저녁시간에 더 잘 읽힐 것 같은 시집이다. 자신의 감정을 조용히 확인하고 싶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문학의 전당 刊. 120쪽. 1만2,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