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 빙상 종목의 요람이었다.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올림픽 무대에 올랐고, 그 위대한 성취 뒤에는 안정적이고 전문화된 훈련장이 존재했다. 그러나 태릉 일대가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며 해당 부지의 활용이 제한되자, 현 훈련시설의 철거는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대한체육회는 2023년부터 대체시설 건립을 위한 부지 공모사업을 추진해 왔다. 춘천, 원주, 철원 등 전국 7개 지자체가 적극 참여하며 뜨거운 유치 열기를 보였지만, 지난해 8월 중단된 이후 지금까지 재개 시점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국가 스포츠 인프라의 미래를 위협할 뿐 아니라, 지역 간 체육 발전의 균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공모 참여를 위해 행정력과 예산을 투입한 지자체들로서는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실망감과 행정적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최근 7개 지자체 체육회가 대한체육회를 방문해 사업 재개를 촉구한 것은 단순한 유치 의지의 표명을 넘어,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는 국가적 과제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이었다. 빙상 종목은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핵심 동계 스포츠다. 국제경기력 유지를 위해서도 안정적인 훈련 인프라 확보는 필수적이며, 이는 단지 체육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빙상 종목에 대한 전략적 투자는 스포츠를 통한 국가 위상 제고와도 직결된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동계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서 시설 부족은 오히려 기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강원자치도의 경우 춘천, 원주, 철원 등 지역이 공모에 참여했던 만큼 이번 사안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강원자치도는 기후와 자연환경 측면에서도 동계 스포츠에 최적화된 여건을 갖추고 있고, 스포츠 인프라 확충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단순한 시설 이전을 넘어 지역과 국가 체육의 동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무엇보다 공모가 중단되고 현재까지 사업 재개에 대한 방향성조차 제시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다.
명확한 로드맵 없이 시간을 끌수록 체육계와 지자체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한체육회와 관계 부처는 책임 있는 자세로 공모사업 재개 시점을 조속히 확정하고, 향후 추진 절차와 일정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공모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위해서도 기존 참여 지자체들을 대상으로 재공모를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 사업은 체육시설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빙상 종목의 경쟁력 회복과 지역 체육 균형발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 절실한 목소리에 이제는 중앙정부와 대한체육회가 응답할 차례다. 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공모사업은 더 이상 표류해서는 안 된다. 조속한 사업 재개만이 국가 스포츠의 미래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