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피플&피플]“작가는 오직 작업으로 말해야... 일상이 곧 사진이자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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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만 사진가 KT&G 상상마당 춘천서 사진전 ‘풍화된 기억’
- 오는 28일까지…‘세븐시스터즈’ 에서 포착한 찰나의 기록들

◇지난 14일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열린 전시회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심상만 사진가. 박승선기자

춘천을 기반으로 40여 년간 독보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해 온 심상만 사진가가 신작 ‘풍화된 기억’으로 돌아왔다.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가 영국 브라이튼 인근의 ‘세븐시스터즈(Seven Sisters)’ 해안 절벽을 마주하며 포착한 찰나의 기록이자, 자연이 써 내려간 시간의 문장에 대한 ‘시적 연대기’다. 오랜 시간 동강국제사진제를 이끌어온 주역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겸손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자신의 사진 철학을 풀어냈다. 지난 14일 전시장에서 그를 만나 영국의 해변에서 건져 올린 새로운 작업 이야기와 그가 생각하는 작가의 길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전시작들은 그가 지난해 4월 영국을 방문했을 때 탄생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촬영을 떠난 것은 아니었다. “작년 4월 카메라를 들고 영국에 갔지만, 처음에는 그저 ‘매그넘’ 작가들처럼 멋지게 트라팔가 광장 같은 마을이나 들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 근처에서 만난 한 사진학과 교수의 조언으로 계획을 바꾸게 됐습니다. 그렇게 찾은 곳이 ‘세븐시스터즈’ 였습니다.”

◇심상만 사진가. 강원일보 DB

그가 찾아간 곳은 70m 높이의 거대한 해벽이 병풍처럼 펼쳐진 곳이었다. 그 곳은 매년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절벽과 그 파편들이 만들어낸 풍경은 한국의 해변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밀물과 썰물을 피해 90분 정도만 허용되는 그곳에는 무너진 바위 파편들이 몽돌이 되기 전 상태로 흩어져 있었고, 그 돌에 박혀 생물의 집이 되는 광경 등은 한국 해변에서는 보지 못한 것들이었습니다.”

심 작가는 그곳에서 특별한 피사체를 포착했다. 바람이 불어 몸을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바위에 기대앉아 있다가 우연히 발견한 장면이었다.

“조그만 바위 하나에 얹어진 해초를 발견했습니다. 물이 빠져나가면서 얹혀진 해초가 마치 사람 머리카락처럼 보였는데, 햇빛에 바래 하얗게 변해가는 그 모습이 수만 개 바위마다 펼쳐져 있었습니다. “아, 이걸 담아가야겠다” 생각이 들어 이틀 동안 그곳을 다시 찾아 촬영했습니다.”

◇지난 14일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열린 전시회 개막식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는 심상만 사진가. 박승선기자

그는 당시 현지 사진작가로부터 “좋은 사진보다도 찍는 모습(태도)이 좋다”는 칭찬을 들을 정도로 몰입해서 작업했다.

심상만 작가는 사진계의 흐름이나 파벌에 휩쓸리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걸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자신의 확고한 예술관을 밝혔다.

“저는 사진을 하는 동안 흔한 클럽이나 어떤 파벌에도 속한적이 없습니다. 저에게는 ‘일상 자체가 사진’이고, 늘 ‘수행하는 신념’으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그는 작가라면 오직 ‘작업’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주가 좋지 못해서 어디 기웃거리며 사진작업을 할 줄 모릅니다.(웃음) 작가는 작업으로 말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제 작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이번 ‘풍화된 기억’ 전시는 심상만이라는 사진가가 걸어온, ‘보이는 것 너머’를 향한 긴 여정의 정거장이다. 영국 해안의 낯선 바람과 깎여나간 바위들 사이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결국 40년 전 카메라를 처음 잡았을 때부터 찾아 헤매던 생명과 시간의 본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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