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고독사 제로도시’

◇일러스트=조남원기자

도시는 늘어난다. 불빛과 도로, 통계와 계획은 해마다 팽창하지만 사람의 안부는 줄어든다. 속초시의 1인 가구 비율 숫자는 번화한 거리 뒤편에서 문이 닫힌 채 하루를 넘기는 방의 개수다. 시는 2025년 말 기준 1인 가구가 1만8,963가구로, 전체 가구의 46%까지 증가하자 ‘고독사 제로도시’ 계획을 마련했다. 특히 35세부터 64세까지 1인 가구 비중이 45%로 노인 1인 가구 비중 43%를 넘어 고독사 위험이 중장년층까지 확산되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고독사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사건이 아니라, 오랫동안 방치된 침묵의 누적이다. ‘제로’라는 단어가 그래서 무겁다. 숫자를 지우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잊힌 시간을 되돌리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이웃의 기침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마을이 산다”는 말이 있다. 또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고독 앞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읽힌다. 기회를 계산하는 순간, 사람은 숫자로 축소된다. AI 안부 확인과 전력 사용량은 사람 숨결의 흔적을 좇는 장치일 뿐, 인간관계를 대신하진 못한다. 다만 끊어진 끈을 다시 묶을 첫 손길이 될 수는 있다. 기술이 문을 두드리고, 사람이 응답할 때에만 제자리를 찾는다. ▼중장년의 고독이 더 위험해졌다는 통계는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장수의 신화가 무너졌음을 말한다. 토사구팽의 시대를 지나, 혼자 살아남는 법을 배웠지만 혼자 버티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우유 배달과 돌봄가게, 로봇의 목소리는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진다. 오늘 당신은 누구에게 불렸는가. ▼‘고독사 제로도시’는 완결형 목표가 아니다. 계속 실패하며 가까워지는 방향이다.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일이 정책의 끝이어야 하지 않을까. 신화 속 마을은 종소리가 멎을 때 멸망했다. 속초시의 종은 아직 울린다. 공공과 민간, 이웃과 기술이 함께 당겨야 소리가 난다. 고독한 죽음에 선행하는 고독한 삶의 고통스러운 무게를 사회가 나눠 짊어지는 공동체의 복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오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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