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입춘(立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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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 아른 높기도 한데... 윤동주 시인의 ‘봄’이다. 윤동주의 마지막 시로,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렸다. 윤동주는 1942년 6월 일본 도쿄에서 엄혹한 시대를 견디며 봄이 오길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이 시를 썼다. ▼오늘은 입춘(立春)이다. 입춘은 24절기 중 첫째 절기로 예부터 이날부터 봄이 시작된다고 여겼다. 옛날 중국에서는 입춘 때면 동풍이 불어서 언 땅을 녹이고, 동면하던 벌레가 움직이고,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고 했다. 입춘을 ‘들 입(入)’자가 아닌 ‘설 립(立)’자로 쓰는 것은 ‘立’자에 ‘곧’이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입춘은 ‘곧 봄’이라는 의미다. ▼입춘날이 되면 집집마다 대문이나 기둥에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등의 입춘첩을 붙였다. 입춘첩은 옛날 궁중에서 입춘을 맞아 문신들이 지어 올린 연상시(延祥詩) 가운데 좋은 시구를 골라 대궐의 기둥과 난간에다 내건 것에서 유래됐다. 입춘대길 건양다경은 입춘이 되어 크게 길하다는 뜻으로 입춘날에 따스한 기운이 생겨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란다는 뜻이 담겼다. ▼손님은 줄고 문을 닫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가 깊고,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수출 기업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끝없이 오르고 있는 물가, 청년실업, 저출산, 저성장 등 역대급 경제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온 겨우내 검은 침묵으로/ 추위를 견디었던 나무엔 가지마다/ 초록의 눈을/ 그리고 땅속의/ 벌레들마저 눈 뜨게 하옵소서(박희진 시인, 새봄의 기도)’ 봄이 되면 땅속에 웅크렸던 푸른 새싹이 돋아나고, 노랗고 붉은 화사한 꽃들이 앞다퉈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입춘에는 매서운 겨울 바람이 아닌 근심과 걱정을 날릴 수 있는 훈풍이 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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