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들었지만 나의 두 발로, 나의 끓는 피로, 나의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바람을 가르며 우리 강산의 산하 속으로 조금씩 나아가서 스스로 하나가 된 듯하였다. 빠르다거나 늦다거나 위험하다거나 하는 것은 이미 논의의 차원이 아니었다. 시골의 조용한 길에서는 자전거용 블루투스를 켜고 바람 소리와 음악을 함께 즐겼다. 먼 소실점을 향해 페달을 저어 마냥 달리면 스치는 바람은 너무도 상쾌하고 나는 어느덧 소실점의 가운데 자연 속으로 스며들어 있었다. 산과 강과 물과 바람에다가 음악까지 하나 된 것 같은 일체감과 몰아의 경지가 나를 한껏 고양시켜 주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강과 산하가 나를 불렀다. 담양부터 광주 외곽 길 내내 어른 키보다 더 큰 억새밭은 거의 목포 하구까지 이어졌다. 구례 하동으로 이어지는 섬진강 자전거길은 양장 구곡처럼 휘어진 곳이 많으니 물길은 느리고 조용하였다. 언제나 아름답지만 화려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자전거길 국토종주의 그야말로 난관은 문경새재였다. 백두대간 이화령을 넘어야 상주를 지나 낙동강으로, 부산으로 갈 수 있다. 수안보에서 오르막을 겨우 넘어 괴산 쪽 행촌 교차로에서 바라보는 이화령 정상은 구름에 쌓여 있어서 출발점에서 올려다보니 저 산 정상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른다는게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7~10도의 오르막 경사가 5.4km 계속되니 심장이나 허벅지가 터질 것처럼 벅찼지만 일단 천천히, 두 번이나 쉬면서 꾸준히 올랐다. 우리들의 삶과 마찬가지로 힘겨운 오르막은 정상과 함께 내리막도 예정하고 있다. 오르막에선 고개 숙이고 참고 견디어내고, 오히려 내리막에서 좀 더 조심하면서 즐길 뿐이다. 정상에서는 감개무량함으로 가슴이 벅찼다. 내리막을 타면서 여기를 어찌, 자전거로 올라왔는지 대견하였다. 낙동강 하구 부산까지는 5명이 시작해서 3명만 끝까지 갈 수 있었다. 한 분은 구미 즈음에서 피할 수 없었던 비와 추위로 감기에 걸렸고, 한 분은 다른 일정으로 중도 귀환했다.
2023년 11월 18일 창녕에서 출발하여 저녁 무렵 밀양 삼랑진, 양산을 지나 낙조가 장엄한 낙동강 하구를 벅찬 가슴으로 달렸다. 어둑어둑 해질 무렵 전국 종주길 마지막인 낙동강 하굿둑 인증센터에서 감격의 마지막 인증도장을 찍었다. 길을 잘 안내해준 분께 허리 깊숙이 숙여 진심의 감사 인사를 했다. 이렇게 2,000km 가까운 자전거길 국토종주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라이딩 할때는 속상한 일이나 걱정되는 일도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다. 같이 라이딩하는 분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어차피 세상사 어려운 일이나 치밀어 오르는 분노 같은 것도 스쳐지나가는 바람처럼 시간이 지나면 그냥저냥 해결 되어지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처음 시작할 때는 과천까지 왕복 20km도 힘겨워했다. 자전거 동호인들이 가볍게 넘는 아이유 고개는 두 번이나 실패하고 세 번째에야 넘을 수 있을 정도로 저질 체력이었다. 그럼에도 칠십 나이에 국토종주를 마쳤으니 스스로 기적처럼 기뻤다. 같이 라이딩을 시작한 두 세분은 자전거의 세계로 이끌어주셔서 진심 감사하다고 인사한다.
은퇴 후 삶의 질은 무엇보다 건강이 좌우하는 듯 하다. 그래서 건강만이 아니라 정신적 자유로움과 힐링을 주는 라이딩을 다른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