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반복되는 강원 건설업 임금체불, 근본 대책 없나

강원특별자치도 내 건설업계 임금체불 규모가 2년 연속 150억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은 참담함을 넘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땀 흘려 일한 대가를 받지 못해 생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에게 ‘내일’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닌 공포다. 지난해 강원지역 전체 임금체불액 438억원 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4.8%에 달해 전 업종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특히 50~60대 가장들이 대출과 카드 돌려막기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증언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퇴직금조차 받지 못한 채 ‘간이대지급금’이라는 국가 지원에만 목을 매야 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우리 건설 현장이 얼마나 위태로운 구조 위에 서 있는지를 방증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고질병’이라는 점이다. 건설업은 산업 특성상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원청의 경영 위기가 곧바로 하청 노동자의 임금체불로 전이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경기 불황이 닥치면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이 현장 노동자의 임금인 셈이다.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이 뒤늦게나마 고액 체불 사업장에 대한 현장 방문과 강제 수사를 예고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사후약방문’식의 대응만으로는 되풀이되는 체불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 재산 은닉 등 악의적 사업주에 대한 엄단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노동자의 당장 닥친 생계를 책임질 수는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제 단기적인 대증요법을 넘어선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우선, 공공 발주 건설 현장부터 ‘임금 직접 지급제’를 더욱 철저히 이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미 제도가 존재함에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관리 감독에 구멍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건설업계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하고, 원청의 임금 지급 책임을 강화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노동자가 현장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시혜적 지원이 아니라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또 고용노동부의 체불 청산 지원 융자 제도 등 구제 절차를 간소화해 노동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속도를 높여야 한다.

노동자들은 그저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뿐이다. “가족들 앞에 설 면목이 없다”며 일이 없어도 매일 밖으로 나선다는 어느 노동자의 탄식은 우리 사회를 향한 준엄한 경고다. 건설경기가 나아지기만을 기다리며 노동자의 고통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관행은 이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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