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다자녀 중심 출산 정책, 전면 보완·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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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의 인구 성적표가 처참하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5년 강원지역 합계출산율은 0.91명으로, 심리적 저지선인 1명 선이 완전히 무너졌다. 화천, 양구, 인제 등 일부 접경지역이 군인 가족과 농어촌 특수성 덕에 간신히 1명을 넘기고 있을 뿐, 도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밀집한 춘천(0.87명), 원주(0.88명), 강릉(0.83명) 등 거점 도시들은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초저출산 늪’에 빠져 있다. 강원의 미래는 이제 ‘지방 소멸’이라는 막연한 경고를 넘어 실존적 위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내 시·군이 내놓은 출산장려금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 현재 도내 지자체들의 지원 방식은 철저히 ‘둘째아 이상’ 다자녀 가구에 편중돼 있다. 춘천, 원주, 강릉 등 주요 도시는 물론이고, 군 단위 지역으로 갈수록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태백은 첫째와 셋째의 지원금 차이가 7배에 달하며, 정선과 양양은 셋째나 넷째 이상 출산 시 1,440만원에서 1,9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인구 감소가 절박한 농산어촌 지자체의 입장에서 다자녀 출산을 유도해 인구 수치를 유지하려는 고충은 이해된다. 그러나 합계출산율 1명 미만의 시대에 이 같은 ‘다자녀 몰아주기’식 설계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통계가 증명하듯 지금의 저출산 문제는 ‘아이를 더 낳지 않는 것’보다 ‘첫 아이조차 낳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첫째 아이 출산 자체가 줄어드는 ‘초저출산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다자녀 가구에만 혜택을 집중하는 것은 정책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고용과 주거 불안정으로 첫째 출산을 고민하는 청년 세대에게 셋째 아이를 낳으면 수천만원을 주겠다는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첫 단추를 끼우지 못하는데 두 번째, 세 번째 단추를 논하는 격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합계출산율이 0.9명대라는 것은 한 여성이 평생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따라서 지금의 정책 기조는 ‘다자녀 유도’에서 ‘첫째 출산 장벽 완화’로 과감하게 전환돼야 한다. 첫째 아이 출산 시 지원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려 초기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출산율 반등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현금 살포 식의 지원금 경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인접 지자체끼리 지원금 액수를 놓고 벌이는 소모적인 ‘인구 뺏기’ 싸움은 도 전체의 인구 파이를 키우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시와 인구소멸지역의 인구 구조 차이를 반영한 맞춤형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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