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지구촌의 화두는 물과 기후변화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20세기가 석유(black gold)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blue gold)의 시대가 될 것”이라 예고했다. 물은 대체 불가능한 지구의 공동 자원이다. 그 가치는 모든 인류가 차별 없이 누려야 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구의 70%가 물이다. 지표면을 기준으로 보면 지구(地球)가 아닌 수구(水球)인 셈이다. 그러나 약 97%가 바닷물이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담수는 3% 정도다. 그 중에서도 빙하, 만년설, 영구 동토 등을 제외하면 직접 이용 가능한 물은 강, 호수 그리고 지하수를 합해도 1% 미만이다. 그마저도 인구증가와 도시화. 수질오염, 기후변화 등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매년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1992년 UN총회에서 선포하였고 올해로 34회를 맞는다. 해마다 UN에서는 물의 소중함과 그 가치 창출을 위해 물에 대한 공식 주제를 발표해 왔다. 그동안 물과 건강, 물과 지속 가능한 개발, 물의 미래, 물과 일자리, 물과 기후변화 등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어 왔다. 그러나 지구촌 곳곳에는 아직도 수억 명의 사람들이 안전한 식수조차 공급받지 못한다. 또한 위생적인 화장실이 없어 숲이나 개방 수역에 배설물을 처리면서 각종 수인성 전염병에 시달리고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영국의 의학 전문지인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은 2007년 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160년 동안 인류 건강에 기여한 의학 분야의 업적을 묻는 질문에서, 의외로 1위를 차지한 것은 ‘깨끗한 물과 하수도 보급’ 이었다. 2위가 항생제 발명, 3위 마취제, 4위 백신 순이었다. 상하수도 보급은 인류의 수명을 20년이나 늘렸다는 평가가 있을 만큼 가장 기본적인 물 서비스다. 그러나 식량과 에너지가 그렇듯, 지구촌엔 물의 불평등이 존재한다. 먹을 물조차 부족한 곳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선 수도꼭지를 통해 엄청난 물이 낭비되고 있다. 일부에선 물의 가격이 너무 낮아 남용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26년 세계 물의 날에 UN이 정한 공식 주제는 ‘물과 젠더(Water and Gender)’다. 물 빈곤은 기본적인 삶조차 어렵게 만든다. 생명 유지와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하루, 한 사람에게 적어도 15리터의 물이 필요하지만 아프리카에선 이마저도 어려운 곳이 많다. 특히 여성과 어린 소녀들이 식수를 얻기 위해 매일 먼 거리를 오가면서 경제활동에서 멀어지고 학교조차 다닐 수 없다. 여성의 청결을 유지하는 일도 어려운 실정이다. 문명사회에서, 이들이 겪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 세계에서 지출되는 군사비의 극히 일부만 지원해도 이들의 고통은 상당 부분 덜어질 것이다. 모든 인류가 지리적 환경이나 소득에 차별 받지 않고 기본적인 물 서비스를 제공받을 때 ‘물이 흐르는 곳에 평화가 자란다.(Where water flows, equality grows)’는 UN Water의 슬로건이 실현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률은 2023년을 기준으로 약 98%이고 1인당 1일 급수량은 354리터다. 익숙하면 소중함을 잊는다. 집안에서 수도꼭지만 틀면 찬물과 더운 물이 나오고, 화장실에서 비누로 손을 씻을 수 있고, 물만 내리면 배변이 처리되는 것은 우리에겐 너무도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이다. 그러나 지구촌 곳곳에선 이런 기본적인 물 서비스마저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30%나 된다. 세계 물의 날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