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원적에 든 월정사 선덕 원행 대종사는 한평생 오대산을 지키며 한국 불교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수행자이자 실천가였다. 스님은 20대 약관의 나이에 서울 도심에서 우연히 들은 염불 소리에 이끌려 발심했다. 당시 지식인들이 즐겨 읽던 ‘사상계’와 ‘창작과 비평’’을 봇짐에 넣고 서울에서 춘천, 홍천을 거쳐 6박 7일간 걸어서 오대산 월정사에 입산했다
1970년 은사 만화 스님을 모시고 출가한 그는 법사 탄허 스님으로부터 ‘화엄경’ 십지명 보살 중 칠지인 ‘원행(遠行)’이라는 법명과 함께 “멍청이가 되라”는 파격적인 화두를 받았고, 이를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아 철저한 하심(下心)의 철학을 대중에게 설파했다.
스님의 삶은 고난을 자비와 원력으로 승화시킨 험난한 여정이었다. 1980년 월정사 재무 소임 당시, 신군부의 국가 폭력인 ‘10·27 법난’으로 원주 보안사에 강제 연행되어 치아가 모두 빠지고 다리에 영구적인 장애를 입는 등 극심한 고문을 당했다. 하지만 스님은 이를 원망에 머물게 하지 않고 ‘10·27 불교법난 피해자 모임’ 대표를 역임하며 사건의 진상 규명과 피해 스님들의 명예 회복에 앞장서는 강인함을 보여줬다.
또 “도량이 건립된다는 것은 다른 역사의 시작”이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가람 수호와 문화유산 보존에 헌신했다. 은사 스님을 보좌해 월정사 대웅전을 중창하고, 동해 삼화사 노사나철불 복원, 원주 구룡사 전각 복구 및 불교대학 개설 등 전국 각지의 도량을 새롭게 일궈냈다.
스님의 자비행은 산문을 넘어 원주교도소를 중심으로 20여 년간 재소자 교정·교화로 이어져 2023년 법무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와 함께 ‘월정사 멍청이’, ‘탄허 대선사 시봉 이야기’, ‘성인 한암 대종사’ 등 7권의 수필집을 꾸준히 펴내 불교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2023년 ‘제6회 시대의 에세이스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전 인류 생명 존중과 국민정신 선도를 위해 ‘K-문명포럼’을 창립해 종교 지도자로서의 시대적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했다.
스님은 생전 “수행자는 일상의 질서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며 매일 새벽예불 후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을 탑돌이하며 인류의 평화를 기원했다. 또 현대 사회를 향해 “욕망의 온도를 낮추고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이 필요한 시대”라며 “가난을 배우고 겸손하게 더 아래를 내려다보고 살아야 한다”는 깊은 가르침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