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수도권 소재 350여 개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계획에서 주목되는 지점은 과거 ‘업무 특성’을 이유로 예외를 인정받았던 금융 공공기관들이 대거 이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국무총리 주재 회의를 통해 예외 기준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 세워지면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국가 금융 네트워크의 핵심 축들이 이전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권 등에서 금감원 이전 대상 지역으로 원주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 금융 경쟁력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단순한 지역 균형 발전 논리를 넘어선 치밀한 전략과 법적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공공기관 수도권 잔류 최소화’라는 강력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1차 이전 당시 금융기관들은 금융 시장과의 유기적 연결성, 즉 ‘네트워크 효과’를 이유로 서울에 남았다. 금융 산업의 특성상 정보의 집적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생명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지역 소멸 위기가 가속화되는 현시점에서 공공기관 이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원주를 필두로 금감원 등 5개 주요 금융기관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도권과의 접근성과 의료·정밀기기 산업 등 배후 산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고려할 때 금융기관의 이전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어디로 가느냐’보다 ‘어떻게 가느냐’에 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는 법적 근거의 마련이다. 현재 한국은행법과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금감원 관련) 등에는 주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행정적 절차를 넘어 국가 금융 시스템의 상징성과 효율성을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법 개정 없이 이전을 강행하는 것은 법치 행정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향후 극심한 법적 분쟁과 행정력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국회에서의 충분한 숙의 과정과 여야 합의를 통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적 토대를 먼저 굳건히 해야 한다.
금융권 노조의 반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TF를 구성하며 강력히 저항하고 있는 현실이다. 글로벌 금융 허브를 지향하는 서울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금융계 전반에 퍼져 있는 실질적인 공포다. 우수한 금융 인재들이 지방 이전을 피하기 위해 이탈한다면, 이는 곧 국가 금융 역량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걱정을 불식시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