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의 공공의료 체계가 붕괴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오는 4월20일, 도내 공중보건의(공보의) 79명이 복무를 마치고 전역할 예정인 가운데 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신규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특히 의과 공보의의 경우 상황이 더욱 절망적이다. 46명이 떠나는 자리에 새로 배치될 인력은 고작 9명에 불과하다. ‘의료 취약지’라는 고질적인 멍에를 짊어진 강원자치도의 보건소와 의료원들이 말 그대로 ‘의사 없는 병원’이라는 전대미문의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가장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곳은 평창군보건의료원이다. 전체 공보의 16명 중 절반이 넘는 9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가지만 신규 배정 인원은 단 2명뿐이다. 의료원 측은 급히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에 나서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당장 다음 달부터 현실화될 대규모 진료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강릉, 원주, 영월, 속초의료원 등 도내 주요 거점 의료기관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수억원대 연봉과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전문의 채용 공고를 반복해서 올려도 응답하는 의사는 거의 없다. 수도권 쏠림 현상과 열악한 지역 근무 환경, 그리고 정주 여건의 미비로 인해 지원자 자체가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보의 썰물’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다. 국방 의무의 형평성 문제가 젊은 의사들의 선택을 바꾸어 놓았다. 현역 병사의 복무 기간은 18개월로 단축된 반면, 공보의는 여전히 36개월이라는 긴 복무 기간을 유지하고 있다. 복무 기간은 두 배인데 처우 개선은 거북이걸음이니, 의대 졸업생들이 공보의 대신 현역 입대를 선택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당연한 결과다. 다급해진 강원자치도와 각 시·군은 보건지소를 보건진료소로 전환하거나, 인근 보건소 소속 공보의를 순회 진료시키는 등 고육지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임시방편일 뿐, 결코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진료전담공무원이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거나 순회 진료 횟수를 늘리는 방식은 결국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동이 불편한 지역 어르신들과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돌아가게 된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못해 병을 키우거나, 응급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치는 비극이 일상화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제라도 이 사태의 엄중함을 깨닫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공보의 복무 기간 단축과 획기적인 처우 개선을 통해 젊은 의사들을 지역으로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국방부와 보건복지부가 머리를 맞대고 복무 기간의 형평성을 조절하는 근본적인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또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퇴직한 시니어 의사들을 지역 공공의료기관에 매칭하는 사업을 대폭 확대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