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80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 강원특별자치도의 정치 시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국민의힘이 김진태 현 지사를 단수 공천하며 재선 가도를 공식화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1호 공천’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로 맞불을 놨다. 경선의 소모전을 생략한 채 사상 유례없는 조기 ‘1대1’ 대진표가 완성된 것은 이번 강원자치도지사 선거가 단순한 지역 행정가 선출을 넘어 대한민국 정치 지형의 향배를 가를 ‘태풍의 눈’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두 후보의 대결은 걸어온 길만큼이나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김진태 지사는 지난 4년, ‘강원자치도’라는 거대한 배를 출범시킨 선장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반도체와 바이오 등 미래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중앙정부와 치열하게 ‘밀당’하며 규제 혁파의 선봉에 섰던 ‘투사형 행정가’다. 그의 강점은 단연 ‘도정의 연속성’과 ‘실행력’에 있다. “한 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본다”는 특유의 뚝심으로 춘천, 원주, 강릉 등 권역별 거점 산업의 밑그림을 그렸고, 이를 바탕으로 ‘수성(守城)’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반면, 이에 도전하는 우상호 전 수석은 중앙 정치 무대에서 뼈가 굵은 ‘거물급 전략가’다. 4선 국회의원과 민주당 원내대표, 그리고 청와대 정무수석을 거치며 쌓은 정무적 감각과 네트워크는 그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그를 ‘1호 공천’으로 낙점한 배경에는 강원자치도를 더 이상 변방이 아닌, 중앙 정치의 핵심 파트너로 격상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우 전 수석은 중앙의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강원으로 끌어올 수 있는 ‘해결사’ 이미지를 구축하며, 새로운 리더십을 무기로 ‘공성(攻城)’에 나섰다.
이번 선거의 본질은 결국 하나다. ‘강원자치도’라는 화려한 외형 안에 어떤 알맹이를 채워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꿀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자치도 출범으로 자치권은 확대됐지만, 주민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와 지역 소멸의 공포는 여전히 서슬 퍼렇다. 선거 전망은 안갯속이다. 현직 지사의 프리미엄에 도정 성과를 앞세운 김 지사의 ‘안정론’과, 중앙 정치의 힘을 빌려 고착화된 지역 문제를 풀겠다는 우 전 수석의 ‘교체론’이 팽팽하게 맞붙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정책 대결보다는 자칫 중앙 정치의 대리전이나 감성적인 비방전으로 흐를 위험이 크다. 그러나 강원인들은 더 이상 허황된 공약이나 자극적인 네거티브에 휘둘리지 않는 유권자들이다. 두 후보가 승리로 가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주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디테일한 진심’에 있다. 김 지사는 지난 4년간의 성과를 자랑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투자 유치가 어떻게 내 아들딸들의 일자리가 되고, 규제 완화가 어떻게 우리 동네 식당 손님을 늘릴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와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 지난 도정에서 불거졌던 갈등의 상흔들을 보듬고, ‘나를 반대했던 사람까지 아우르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줄 때 비로소 재선의 정당성을 얻는다. 우 전 수석 역시 ‘중앙 정치인’이라는 외투를 벗고 ‘강원인들의 이웃’으로 다가가는 것이 급선무다. 서울에서의 화려한 경력이 강원의 투박한 민심과 어떻게 접목될지 증명해야 한다. 접경지역의 안보 규제, 폐광지역의 생존권 문제 등 강원도만의 특수한 현안에 대해 얼마나 깊이 고민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강원이 나를 키웠고, 이제 내가 강원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절박함이 주민의 가슴에 닿아야 마침내 표심이 움직인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위탁하는 엄중한 계약이다. 김진태와 우상호, 두 정치 거목이 마주 선 지금, 강원자치도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강원인의 예리한 눈이 두 후보의 발걸음을 쫓고 있다. 누가 더 정교한 설계도로 강원의 미래를 지을 것인가. 이제 공은 던져졌고, 선택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