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의 상징이자 민족의 영물인 소나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영서 지역에 집중됐던 소나무재선충병이 백두대간을 넘어 동해안의 울창한 해송림까지 위협하며 강원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강릉에서 첫 발병 보고가 있은 후 20년 가까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감염목은 오히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제는 지자체 중심의 고사목 제거 수준을 넘어, 국가 차원의 선제적·통합적 예방 정책으로 방제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강원자치도 내 감염목 추세는 가히 파상공세라 할 만하다. 2016년 700여 그루 수준이던 감염목이 2025년에는 1만8,000그루를 넘어서며 10년 새 25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7년 전 ‘청정지역’ 지위를 회복했던 강릉시마저 최근 다시 감염 사례가 확인된 점은 매우 뼈아픈 대목이다. 강릉·동해·삼척으로 이어지는 해안 소나무 숲은 경관적 가치는 물론 방풍림으로서의 기능도 막중하다. 만약 이곳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이동 경로가 되어 연쇄 감염이 발생한다면 강원자치도의 산림 생태계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동안 강원자치도와 각 시·군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약 39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2만여 그루의 고사목을 처리하고 대규모 예방주사를 시행했다. 그럼에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매개충 생존율 상승과 험준한 산악 지형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을 지목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후 약방문’식의 방제 체계에 있다. 이미 감염돼 고사한 나무를 잘라내고 훈증하는 방식으로는 날아다니는 매개충과 긴 잠복기를 가진 재선충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현재의 방제 시스템은 행정구역 단위의 분절된 대응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산림병해충은 시·군 경계를 가리지 않고 확산하는데, 방제 인력과 예산은 지자체 형편에 따라 제각각이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전문 인력 확보조차 쉽지 않아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다.
“피해 발생 이후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는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학계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는 ‘발생 후 제거’가 아닌 ‘발생 전 차단’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우선 산림청 등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가적 재난에 준하는 수준에서 광역 단위의 선단지(확산 지역의 최전선) 관리를 집중 전개해야 한다. 특히 동해안처럼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은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해 정밀 예찰과 집중 방제를 병행하는 ‘핀셋 대응’이 절실하다. 소나무재선충병은 한 번 발병하면 완치가 거의 불가능해 ‘소나무 에이즈’로 불린다. 한 그루의 소나무를 지키는 것은 단순히 나무 한 그루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강원자치도의 정체성과 미래 자산을 지키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