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가 2029년 신청사 이전을 앞두고 현 도청사 부지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 청사진을 공개했다. 김진태 지사가 지난 23일 발표한 이번 계획의 핵심은 현 청사를 단순한 유휴 공간으로 두지 않고, 행정복합기능과 역사·문화·교육이 어우러진 ‘복합 거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도청 이전으로 인한 원도심 공동화 우려를 불식시키고, 춘천의 역사적 정체성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행보로 평가된다. 이번 활용 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춘천이궁(春川離宮)’의 재현과 역사·문화 벨트의 구축이다.
별관을 철거하고 조선 시대 국난 시 왕의 피난처이자 통치 거점이었던 춘천이궁을 복원해 역사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지역의 자긍심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아울러 근대 건축물로서 가치가 높은 본관을 근대문화관으로, 도의회 청사를 역사기록박물관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이 아닌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도청 공무원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강원중도개발공사, 강원문화재단 등 유관 기관을 집적해 ‘행정복합청사’로 운영하고, 연간 1만2,000여명의 유동 인구를 창출하는 강원교통연수원을 유치하기로 한 점이 그렇다. 김 지사가 언급했듯 상주 인원 1,000여명에 방문객 1,300여명을 합쳐 하루 평균 2,300여명이 북적이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산이 적중한다면, 공동화에 떨고 있는 인근 상권에는 커다란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계획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는다. 우선, 공간 간의 유기적 연결성이다. 행정 기관이 입주하는 제2별관과 역사 공원이 조성되는 본관·별관 부지는 물리적으로 붙어 있는 수준을 넘어, 시민과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동선 설계가 필수적이다. 낮에는 행정 업무로, 밤과 주말에는 문화와 휴식으로 사계절 내내 활기가 넘치는 ‘24시간 살아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둘째, 콘텐츠의 질적 차별화다. 춘천이궁 재현이 건물 복제에 그쳐서는 안 된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역사 체험이나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이 어우러지는 소프트웨어가 채워져야 한다. 어린이 창의도서관 역시 기존 도서관들과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셋째, 지속 가능한 운영 예산과 민관 협력이다. 박물관, 도서관, 공원 등은 수익보다는 공익적 가치가 큰 시설이다. 이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드는 재정적 부담을 어떻게 분산하고, 인근 상인 및 시민 사회와 어떤 시너지를 낼지에 대한 로드맵이 세밀하게 보완돼야 한다. 도청 이전은 춘천의 도시 지형을 바꾸는 대역사다. 현 청사 부지의 재생은 춘천의 뿌리를 지키며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작업이다. 이번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돼 ‘행정과 문화가 흐르는 춘천의 심장’으로 다시 뛸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