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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고학력 백수

◇일러스트=조남원 기자

강원특별자치도의 고용 지표를 받아 든 마음이 무겁다 못해 처참하다. 강원지방데이터지청이 최근 발표한 ‘2026년 2월 강원특별자치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도내 실업자 수는 3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49.5%나 증가했다. 도내 실업자는 2024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2025년 도내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가 10만명을 훌쩍 넘기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이른바 ‘고학력 백수’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지만, 이번에 발표된 ‘2월 고용동향’의 수치들은 그저 차가운 통계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가 무너져 내리는 파열음처럼 들린다. 실업자 수 급증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더욱 시리다. 배울 만큼 배우고도 갈 곳을 찾지 못한 ‘고학력 백수’들이 골목마다 시름하고 있다. 이들이 일자리를 못 구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지적 자산이 사장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하며 쌓아 올린 학문의 탑이, 취업 시장의 문턱 앞에서는 한낱 종잇조각처럼 취급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더 뼈아픈 대목은 일자리의 질이다. 36시간 미만 단기 취업자가 두 자릿수 비율로 폭증한 것은 청년들이 생계를 위해 ‘편의점 알바’나 일용직을 전전하며 겨우 숨을 붙이고 있다는 뜻이다. ▼청년들은 이제 강원을 ‘기회의 땅’이 아닌 ‘탈출해야 할 땅’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지역을 떠난 20~39세 인구는 4,177명에 달하며 3년 전(2022년 1,347명)보다 3배 넘게 증가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 전쟁의 먹구름까지 고용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면 가장 먼저 쓰러지는 것은 언제나 고용의 취약 계층이다.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단기 일자리 정책으로는 이 거대한 파고를 넘을 수 없다. 고학력 백수라는 자조 섞인 이름표를 단 채 도서관 구석에서 청춘을 저당 잡힌 청년들을 보라. 지금은 정부와 자치단체가 벼랑 끝에 선 청년들의 손을 잡기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할 비상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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