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테헤란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오는 28일로 한 달째를 맞는 가운데 이란 발전소 폭격 '닷새간 유예' 만료를 하루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다시 열흘간 이란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새로 설정된 시한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4월 6일까지다. 공격 유예 시한 만료 하루 전에 재차 시한을 연장한 것으로, 협상을 통해 종전을 모색할 '외교적 공간'을 마련하는 동시에, 당초 설정했던 '4∼6주'의 전쟁 기간 내에 이란에 합의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여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오후 4시 11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발전소 파괴의 기간을 미 동부시간 기준 4월 6일 오후 8시로 열흘 중지(pause)한다는 것을 알린다"고 밝혔다.
그는 "가짜 뉴스 매체와 다른 이들이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으나 현재 대화가 진행 중이고 아주 잘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란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27일까지 5일간 발전소 및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유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같은 조치가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아니라 이란이 합의에 절실하다고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이 내놓은 종전안의 간극이 큰 탓에 닷새만에 합의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적인 시간을 부여하며 합의 타결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4월 6일'이라는 시점은 개전 6주 차로,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거론한 전쟁 기간인 '4∼6주'의 종료 시기에 가까워 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에 이란 전쟁을 애초 설정한 기간에 맞춰 끝내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한 바 있다. 개전 후 6주면 4월 중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종전'을 구상한다는 징후는 미중정상회담 일정을 5월 14∼15일로 다시 잡아 발표한 데서도 드러난다. 이란 전쟁 지휘를 위해 일단 미뤘던 방중 일정을 확정해 다시 발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란 전쟁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좋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상승의 압박이 큰 상황에서 당초 설정했던 기한을 지나 전쟁을 지속하는 데 대한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 대상 공격의 추가 유예가 이란에 대한 모든 공격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지상전 등 결정적 공격을 가하기 앞서 '연막 작전'을 쓰는 것일 수 있다는 이란 측 의구심은 계속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종전 조건에 대한 입장 차가 현격하고, 상호 신뢰가 극히 미미한 상황에서 열흘의 협상 시간을 더한 것이 협상 타결에 청신호를 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상당하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기 위한 군사작전에 대한 채비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후의 일격'을 위한 여러 옵션에 대한 검토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미국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합의를 압박하면서 이란 석유 통제권을 장악하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라고 밝혔다.
석유 통제권 장악을 위한 대대적 공격 가능성을 암시하면서 이란에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언론에는 이란을 굴복시킬 수 있는 '최후의 일격' 옵션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백악관에서 내각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란 전쟁과 관련해 "그들은 형편없는 전사들이지만 대단한 협상가이고 그들은 합의 마련을 갈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짐짓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그렇게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면서 이란이 더 절실한 처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합의를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계속된 맹공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란에 합의를 압박했다.
제대로 합의가 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될 것이라면서 해협 개방이 합의의 요소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석유 통제권을 장악하는 것도 고려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베네수엘라 사례를 거론하며 "선택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와 협력해 우리는 아주 잘하고 있다. 우리는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고 베네수엘라는 역사상 지금 가장 잘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하고 베네수엘라 원유 이권에 관여하고 있는 것처럼 이란에도 유사한 시나리오를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마두로 압송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제재로 수출이 막힌 베네수엘라 원유를 인수해 대신 팔고 그 수익금의 사용처까지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뒤 실행에 옮기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쟁이 지속될 경우 미군의 무력을 앞세워 이란의 경제를 지탱해온 석유에 대한 통제권까지 장악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대로 합의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고강도 압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전 이란으로부터 받았다고 소개한 '선물'과 관련해 이란이 총 10척의 유조선으로 하여금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협 통행을 허용함으로써 이란이 협상에 진정성을 보였다는 취지다.
그는 지난 24일 이란으로부터 아주 큰 선물을 받았다면서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된 것이라고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구에 응하지 않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을 향해 거듭 불만과 '뒤끝'을 드러냈다.
그는 "나토에 아주 실망했다. 이건 나토에 대한 테스트였다"면서 "우리는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또 "훌륭한 표현이 있다. '절대 잊지 말라'는 것"이라고도 했다.
내각회의에는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도 참석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측에 15개 항의 종전안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이란도 타협을 원하고 있다면서 "죽음과 파괴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시점이라는 것을 이란에 설득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오판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우리는 합의가 되길 기도하고 합의를 환영한다"면서 동시에 이란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험 프로그램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일대를 드나드는 움직임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면서 해협의 안전을 확보되기도 전에 매일 선박 통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실전에서 지휘해온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이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26일(현지시간) 공식 확인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에 군 수뇌부와 함께 한 전황 평가 회의에서 이스라엘군이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인 알리레자 탕시리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카츠 장관은 "탕시리 사령관이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통행을 방해하고 기뢰를 매설하는 등 테러 작전을 직접 지휘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공습이 혁명수비대를 향한 명확한 메시지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스라엘군은 혁명수비대원들을 끝까지 추적해 한 명씩 제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츠 장관은 또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란 내에서 모든 전력을 다해 작전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은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탕시리 사령관이 호르무즈 해협에 맞닿은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에 단행된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탕시리 사령관은 그동안 세계적인 에너지 수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와 통제를 책임져 온 인물이다.
이란 군은 아직 탕시리 사령관 사망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탕시리 사령관은 소장급으로 2018년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으로 임명돼 고속단정, 기뢰, 지대함 미사일, 무인정(드론 보트) 전력을 고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