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의 산하가 기지개를 켜며 초록의 숨결을 준비하는 이른 봄이다. 메마른 가지 끝에 돋아나는 새순은 생명의 경이로움을 노래하지만, 정작 도내 취업 시장에는 시린 칼바람이 멈추지 않고 있다. 통계청과 강원지방데이터지청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2026년 2월 강원특별자치도 고용동향’에 따르면, 2월 도내 실업자 수는 3만1,000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9.5%나 폭증한 수치다. 이 숫자는 우리 이웃집 아들의 한숨이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밤을 지새우는 우리 딸의 붉어진 눈시울이다. 1년 새 실업자가 50% 가까이 늘어났다는 사실은 강원 공동체의 경제적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절박한 경고음이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이른바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의 급증이다. 지난해 도내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가 10만명을 훌쩍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학 문턱만 넘으면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이라 믿었던 청년들의 희망은 ‘비경제활동인구’라는 차갑고 건조한 단어 속에 박제돼 버렸다.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며 쌓아온 지식과 열정은 갈 곳을 잃었다. 도서관 불빛 아래서 밤낮없이 갈고닦은 스펙은 정작 지역사회의 일자리와 연결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36시간 미만의 단기 취업자만 늘어나는 ‘고용의 질 저하’는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내일이 없는 오늘’을 강요하는 가혹한 형벌이다. 당장의 생계를 위해 단기 알바를 전전하는 청춘들에게 미래를 설계하라는 말은 사치에 가깝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은 정든 고향을 뒤로하고 봇짐을 싸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4,000명이 넘는 청춘이 강원을 등졌다. 3년 전보다 무려 3배나 증가했다. 친구가 떠나고, 후배가 사라진 빈자리에는 패배감만이 감돈다. “강원도에선 도저히 살길이 없다”며 터미널로 향하는 청년들의 뒷모습을 보며, 기성세대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는가.
자식들이 고향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게 만드는 이 가혹한 현실 앞에 기성세대의 무기력함은 단순한 미안함을 넘어 죄스러움으로 다가온다. 사람이 없는데 ‘특별자치’가 무슨 소용이며, 청년이 없는데 ‘미래 산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제 곧 6·3 지방선거의 막이 오른다. 거리마다 화려한 현수막이 걸리고, 후보들의 사자후가 골목마다 울려 퍼질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는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그들이 외치는 화려한 ‘강원 발전’의 수식어 속에 과연 청년들의 구체적인 삶이 온전히 담겨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후보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의 공약 속에 청년들이 다시 강원으로 돌아오게 할 진심 어린 고민의 약속이 있는가. 단순히 예산을 쏟아붓는 ‘생색내기용’ 일시적 수당이나 단기 일자리 정책이 아니라, 청년들이 이곳에서 가정을 꾸리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와 ‘안정적인 정주 환경’을 만들 구체적인 청사진이 있는가. 중동 전쟁의 여파나 거시경제의 흐름을 탓하며 책임을 회피하기엔 우리 청년들의 고통이 너무도 가깝고 절박하다.
6·3 지방선거 후보들은 이제 운동화 끈을 다시 조여 매야 한다. 청년들의 이탈을 막는 것은 인구 숫자를 유지하는 행정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강원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며, 공동체의 붕괴를 막는 최후의 보루다. 후보들은 유권자의 표심을 쫓기에 앞서, 취업 통지서를 기다리다 지쳐 잠든 이들의 거친 손마디를 먼저 만져보아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가 투입하기로 한 1조3,000억원의 예산이 단 한 푼이라도 낭비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기업들이 기꺼이 강원에 둥지를 틀 수 있도록 규제의 빗장을 푸는 혜안을 보여줘야 한다. 청년들이 “나는 강원에서 살고 싶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선거에 나서는 모든 이들의 제1사명이 돼야 한다. 강원의 진정한 봄은 꽃이 피어서가 아니라, 청년들의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올 때 비로소 완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