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주목되고 있는 강릉시 주민참여예산의 ‘급성장’

강릉시의 주민참여예산제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며 지방자치 시대의 핵심적인 직접 민주주의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강릉시는 올해 100건의 사업에 총 49억5,500만원을 투입해 추진 중이다. 2022년 당시 7건, 6억원 남짓했던 규모와 비교하면 불과 몇 년 사이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셈이다. 특히 읍·면·동 단위의 지역회의 신설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예산에 직접 반영하려는 시도는 행정의 문턱을 낮추고 시민의 효능감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주민참여예산제는 단지 ‘돈을 어디에 쓸지’를 결정하는 기술적인 절차를 넘어선다. 이는 시민이 예산 편성이라는 시정의 주요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감시하고, 예산 배분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 도구다. 과거 관(官) 주도의 일방향적 예산 편성이 거대 담론이나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치중했다면, 주민참여예산은 시민들의 일상과 밀착된 ‘작지만 소중한 변화’에 주목한다. 골목길의 가로등 설치부터 마을 쉼터 조성까지, 주민들의 절실한 요구가 행정의 우선순위로 올라오는 과정 자체가 자치분권의 핵심이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이 곧 질적인 완성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강릉시가 제도의 실효성을 더욱 제고하기 위해서는 사업 발굴의 질적 고도화와 다양성 확보가 필요하다.

현재 편성된 사업들이 특정 분야에 편중되거나 단순한 민원 해결성 토목 공사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주민참여예산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려면 복지, 문화, 환경, 청년 문제 등 지역사회의 복합적인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사업들을 창출해야 하며 예산 반영 이후의 사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사업이 선정되고 예산이 편성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집행 과정에 대한 주민의 감시다. 제안한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그 결과가 주민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평가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성과가 좋은 사업은 적극 홍보해 다른 지역의 모델로 삼고, 실패한 사례는 원인을 분석해 다음 예산 편성의 밑거름으로 삼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야 함은 물론이다. 더 나아가 참여 계층의 ‘보편성’을 넓혀야 한다. 특정 단체나 목소리가 큰 소수 위주로 주민참여예산이 운영된다면 제도의 취지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 디지털 취약계층 등 여러 계층의 의견이 고르게 수렴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을 보완하고, 찾아가는 설명회 등 온·오프라인 병행 소통 창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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