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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지원금과 경기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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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정 경제부장

“이번엔 얼마를 받을 수 있나요?”

중동전쟁이 한달 이상 지속되면서 유류비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소득하위 70% 국민 약 3,256만명에게 1인당 최소 10만∼최대 60만원까지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경기 하강 국면이 닥치면 정부와 정치권은 소비를 살리겠다며 지원금이나 소비쿠폰을 꺼내들었다.

지난해 정부는 1, 2차에 걸쳐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사용처를 지역 상권으로 제한했던 소비쿠폰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매출을 끌어올렸고, 지급 2주 만에 신용·체크카드 지급액의 46%가 사용됐다.

코로나 시기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도 마찬가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0년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뒤 지원금 사용 가능 업종에서 전체 투입 재원 대비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도 2020년 2분기 민간소비가 전기 대비 1.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급격히 위축된 소비 심리를 일정 부분 반전시키는 효과가 있었다는 뜻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총 14조2,0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이 대부분 소비에 쓰였더라도 기존 소비를 대체한 부분과 순수한 추가 소비를 분리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있었지만, 성장률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 단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미국은 2020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고 기업과 가계를 돕기 위해 총 3번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침체된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재난지원금을 받은 국민이 소비에 나서지 않고 저축을 하거나 주식 등에 투자하는 움직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경제연구소(NBER) 분석 결과 지급 후 1~2개월 안에 평균적으로는 소액만 추가 소비했고, 2·3차 지급은 소비 반응이 더 약했다. 앞서 미국은 2008년 리먼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때도 경기 부양책으로 일회성의 지원금 정책을 펼쳤다. 당시 지원금 지급은 총소비를 증가시키거나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일본도 2020년 코로나19 관련 지원금으로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0만엔씩을 나눠줬다. 그러나 당시 지원금은 대부분이 저축으로 유입돼 기대했던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았다. 일본 경제산업연구소(RIETI)는 감염 위험과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아 소비 진작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현금성 지원 정책은 그동안 재정 분담과 형평성, 보편 지급과 선별 지원, 실효성과 선심성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도 정부와 지자체가 얼마를 부담할 것인지,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지급할 것인지, 한 차례 지급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현금성 지원이 만병통치약일 수 없다는 점이다. 지원금의 유효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우리 경제가 계속 활성화된 흐름을 보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유가 상승은 운송비와 생산비를 높이고,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소비가 줄면 자영업 매출이 감소하고, 자영업 부진은 다시 지역경제 침체로 연결된다. 이런 구조 앞에서 일회성 지원금만으로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운수업과 영세 자영업, 중소제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소상공인 금융 부담 완화와 채무 조정, 지역 상권 투자 확대, 일자리 확대, 지역 산업 기반 확충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유가 충격을 흡수하는 임시 조치와 내수를 되살리는 구조 대책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것이 고유가 시대의 민생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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