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원특별자치도 내 민생 현장에 때아닌 ‘보릿고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도청과 18개 시·군, 공공기관이 합동으로 추진해 온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가 일제히 중단됐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장기화라는 거시적 악재 속에 가뜩이나 위축된 서민 경제가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일정에 가로막혀 숨통이 더욱 조여지는 형국이다.
강원자치도는 지난해 9월부터 명절에만 국한됐던 장보기 행사를 매월 정례화하며 침체된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어 왔다. 공직자들이 직접 시장을 찾아 점심을 먹고 장을 보는 행위는 단순한 소비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시민들에게 전통시장 이용을 독려하는 상징적 메시지이자,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는 실질적인 매출 증대의 ‘단비''였다. 하지만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선관위의 공직선거법 규제는 이 당연한 민생 행보마저 멈춰 세웠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60일부터 지자체장과 교육감의 각종 행사 개최 및 후원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는 단체장이 행사를 빌미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선심성 예산을 집행하는 ‘관권 선거''를 막기 위한 조치다.
법 취지 자체는 공정 선거를 위해 타당하다. 그러나 기계적인 법 적용이 민생 경제의 혈맥을 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특히 매년 1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지역 중소기업들의 든든한 판로가 되어 왔던 ‘춘천봄빛장터''마저 취소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고물가와 고금리, 그리고 국제 정세 불안으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은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 부문의 소비 촉진 캠페인이 중지되는 것은 소상공인들에게 생존권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상인들 사이에서 “선거 때문에 굶어 죽게 생겼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행정의 본질은 민생에 있다. 공정한 선거 관리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민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면 주객전도나 다름없다. 강원자치도가 최근 선관위에 장보기 행사의 선거법 저촉 여부를 질의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행사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고사 직전인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일상적인 행정 행위''로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정기적으로 진행해 온 행사는 선거용 일회성 이벤트와는 결이 다르다. 특정 후보를 홍보하거나 선심을 쓰는 자리가 아니라, 위기에 빠진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이다. 선관위는 법리 검토 시 ‘민생 보호''라는 가치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 선거는 지역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지역경제가 냉골이 된다면 그 선거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선거법이 민생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돼서는 안 된다. 정치적 공정성만큼이나 막중한 것은 오늘 하루를 견뎌내는 상인들의 생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