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산불 비껴갔어도 긴장 끈 놓을 때 아니다
올봄 강원특별자치도는 ‘선거가 있는 짝수해 대형산불 발생 징크스’라는 불안한 그림자를 다행히 비껴갔다. 산림청이 운영한 ‘대형산불 특별대책기간(3월14일부터 4월19일)’ 동안 도내에서 100㏊ 이상의 대형 산불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임야 화재 건수 역시 5년 평균치를 밑돌고 있으며, 인명 피해 또한 최소화되었다. 이는 관계 당국의 선제적인 예방 조치와 24시간 감시 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러나 특별대책기간이 종료되자마자 지난 21일 양양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산불 위험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며,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냉혹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강원자치도의 산불 대응 노력은 분명 괄목할 만했다. 지난 1월부터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조기 가동하고, 영동권을 중심으로 진화 헬기를 배치하는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했다. 18개 시·군에 걸쳐 배치된 2,500여 명의 산불감시원과 재난대응단은 도내 산림을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안도하기엔 이르다. 봄철은 강원자치도의 지형적 특성상 산불에 가장 취약한 시기다. 영서 지역의 누적 강수량 부족과 영동 지역의 잦은 강풍 및 건조특보는 대형 산불을 키울 수 여지가 상존해 있다. 산불은 찰나의 부주의나 기상 악화가 겹치는 순간 순식간에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닫는다. 우리는 이제 ‘특별대책기간’이라는 형식적 틀을 넘어 ‘상시 대응 체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산불조심기간이 끝나는 5월 15일까지는 물론, 기후 위기로 인해 사계절 내내 산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오늘날, ‘봄철만 조심하면 된다’는 안일한 인식은 버려야 한다.
특히 산림 인근에서의 소각 행위나 입산객들의 사소한 부주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민들의 철저한 예방 의식이 선행돼야 한다. 당국은 예찰과 단속을 더욱 강화하되, 산불 발생 시 초기 진화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과학적 관제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 인력 중심의 감시를 넘어 드론과 열화상 카메라 등을 활용한 스마트 감시 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하여 사각지대를 없애야 할 때다. 강원자치도의 산림은 우리 세대가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귀중한 유산이다. 수천 년 된 나무가 한순간의 화마에 잿더미로 변하는 비극을 이미 너무나 많이 목격했다. 대형 산불 징크스를 극복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이것이 결코 우리의 대응 노력이 부족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