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복구 과정에서 또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 집과 일터를 동시에 잃은 이재민 가운데 세입자들이 현행 보상체계에서 소외되며 ‘보이지 않는 피해자’로 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릉시에 따르면 2023년 산불 당시 주택 피해를 입은 이재민 274세대 중 83세대에 세입자가 포함돼 있었다. 산불 피해를 인정받은 사업장 85곳 가운데 34곳 역시 임차인이 운영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행 보상 기준은 건물 소유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세입자 피해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구조다.
실제로 지원 규모에서도 큰 격차가 드러난다. 산불로 주택이 전파될 경우 소유주는 최대 4,000만원, 반파 시 2,000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세입자 지원은 900만원 수준에 그친다.
산불 당시 펜션 세입자로 생활하며 영업을 이어가던 이기동(38)씨는 “보상을 못 받았다기보다 제도 자체가 세입자의 피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라며 “옷가지와 가전제품, 생계 기반까지 모두 잃었지만 건물이 우리 소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가 축소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피해자 40대 유모씨 역시 전 재산을 투자해 운영하던 가게를 산불로 잃었지만, 위로금은 700만원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건물의 주인은 5,000만원 가량의 보상금을 받았다. 그는 여러차례 관계기관을 찾아 문제를 제기했지만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문제는 피해 복구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기동씨는 “건물은 다시 지어졌지만 세입자가 다시 들어갈 수 없는 구조가 됐다”고 했다. 산불 이후 신축된 건물은 임대료와 보증금이 크게 상승했고, 펜션 영업에 필요한 각종 요건까지 맞물리면서 기존 세입자의 재정착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현행 재난 보상 체계가 ‘소유 중심’으로 설계돼 있는 한, 세입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은 계속해서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안병하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난 보상이 건물 소유권을 기준으로 이뤄질 경우 건물 자체에 대한 보상은 소유자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다”며 “세입자는 보증금과 집기류, 생활상 어려움에 대한 보상을 받는 구조인데, 이 부분은 건물 전체 가치에 비해 크지 않아 실제 피해 체감과 차이가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수기자 messi@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