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단의 거목이자 끝없이 삶의 근원을 탐구해온 예술가, 강릉출신 윤후명(1946~2025) 작가의 유고 시집 ‘모루도서관’이 타계 1주기를 맞아 출간됐다. 1977년 첫 시집 ‘명궁’을 펴낸 지 약 반세기 만에 선보이는 시인의 마지막 시집으로 미발표작들로만 구성됐다.
시인이자 소설가, 화가로 활동했던 윤작가는 소설집 ‘돈황의 사랑’ 등을 통해 세계 각지를 떠도는 인물들의 고독을 특유의 몽환적인 문체로 그려왔다. 그의 소설이 세계를 떠돌며 자아를 찾아 헤매는 ‘이산’의 정서를 담아냈다면, 이번 시집은 오랜 방랑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귀환’의 정서를 짙게 띠고 있다.
시집의 제목인 ‘모루도서관’은 작가의 고향인 강릉에 실재(實在)하는 도서관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관을 이루는 근간이자 원류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여덟 살의 나이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작가가 고희에 이르러 돌아와 명예 관장으로 수년을 지낸 특별한 장소이자, 고향을 향한 애정이 담긴 문학적 종착지다.
시집 전반에는 시인의 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애틋한 추억과 그리움이 묻어난다. 새벽마다 정화수를 떠놓고 화자를 위해 기도하는 고결한 존재인 ‘어머니’는 삶의 절망 속에서도 지워질 수 없는 문학의 원형으로 묘사된다. 아울러 박목월, 서정주, 윤동주, 이상 등 먼저 떠난 문인들을 비롯해 가수 김민기, 소설가 박태순을 향한 그리움을 노래하며 이승과 저승, 현전과 부재의 경계를 허문다. 또 미얀마 지진이나 여객기 참사와 같은 범세계적이고 공동체적인 비극을 개인의 슬픔으로 치환해내는 시선도 돋보인다.
여든의 나이에도 “나는 어디에 있는가”를 되물으며 삶의 본질을 탐구했던 그는 고향의 ‘모루도서관’이라는 구체적이고 실재하는 곳을 통해 길 잃은 청춘들에게 돌아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위로의 공간, 위로의 말을 전한다. 평생을 걸쳐 삶의 진리를 찾아 방랑하던 고독한 예술가가 마침내 당도한 문학적 종착지에서, 그가 남긴 묵직한 여운을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란다. 문화과 지성 刊, 124쪽, 1만2,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