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흙의 귀환

읽어주는 뉴스

◇일러스트=조남원 기자

강원특별자치도 산천에 예사롭지 않은 바람이 분다. 흙냄새가 그리워 찾아든 이들의 발길이 골골마다 이어진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결과를 보니, 지난해 도내 농가 인구가 1년 새 2만명 넘게 불어났다. 16.2%라는 증가 폭은 가히 ‘귀농·귀촌의 역습''이라 할 만하다. ▼사람 모이는 데는 다 그만한 곡절이 있기 마련이다. 과거의 농사가 허리 굽혀 땀방울로 일구는 고행(苦行)이었다면, 지금은 드론이 하늘을 가르고 기계가 손을 대신하는 ‘스마트 시대''다.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은퇴자들과 평일엔 빌딩 숲에서, 주말엔 텃밭에서 땀 흘리는 ‘도시농부''들의 합류가 인구 반등의 견인차가 됐다. 주목할 대목은 농림가의 ‘도시화'' 현상이다. 도시에 적을 두면서 농사를 겸업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농촌의 개념이 물리적 거주지를 넘어 기능적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뜻한다. 농촌이 도시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듀얼 라이프(Dual Life)''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반가운 소식 뒤편에 드리운 그림자가 짙고도 어둡다. 농림어가 인구 2명 중 1명이 예순다섯을 넘긴 고령자로 그 비율이 무려 53.1%에 달한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잦아든 마을에서 노인들만 흙을 만지는 풍경으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양적 팽창에만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고령화라는 고질적인 병증을 치유하고, 유입된 이들이 온전히 뿌리내려 지역경제의 모판이 될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은퇴자의 경륜과 청년의 아이디어가 농촌이라는 도화지 위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흙은 정직하다. 뿌린 대로 거두고 가꾸는 만큼 돌려주는 법이다. 귀농 인구 2만명 증가는 분명 축복이다. 그러나 이들이 고령화된 농촌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이 아니라, 강원의 대지를 지탱하는 든든한 뿌리가 되도록 만드는 일은 이제 남겨진 우리의 몫이다. 볕 좋은 들녘에 서서 강원의 내일을 묻는다.

라이프

이코노미 플러스

강원일보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