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로컬문화의 힘을 키우자

읽어주는 뉴스

신승춘 강원대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

국제사회는 러시아와 미국의 일방적인 하드파워로 소용돌이치고 있지만, 한국발 소프트파워 역시 세상을 흔들고 있다. 오랜만에 완전체로 재결합한 BTS의 아리랑공연과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과 경계를 허무는 주체성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압도적인 흥행으로 세계적 보편성과 함께 한국의 독창성과 정체성으로 감동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예술의 열풍속에서도 대부분 지역은 인구감소, 청년유출, 상권붕괴 등의 복합위기로 시름이 깊다. 특히 4차산업혁명시대에 돌입하면서 삶의 양식과 발전패턴이 질적·양적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지만, 지역 문화정책은 여전히 일과성 이슈나 소비적 이벤트에 매몰되면서 문화로 부흥하는 것에 몰인정하다. 

입으로는 문화를 외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경제를 앞세우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통령 신년사에서 상품주도성장을 문화주도성장으로 대전환이 강조된 점이다. 문화에 대한 투자는 필수 성장전략이고, 문화가 곧 경제이자 미래먹거리이며 국가경쟁력의 핵심축임을 인식한 것이다. 

문화는 생물학적 종(種)만큼이나 다양성을 갖는다. 문화다양성은 대부분 자연에 수반되는 것이다. 의복과 음식 및 주거 등은 현지의 환경과 자연에서 유래하는 것이며, 특산물과 향토음식도 지역의 독특한 자연에서 얻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화나 중앙지향성은 지역마다의 고유한 자연적 다양성과 사회적 특성을 말살하는 것이다. 이는 “양적 분화의 법칙”으로 ‘작은 단위는 더 작아지고, 큰 단위는 더 커지게 하고, 더 큰 단위는 더 작은 단위의 희생에 의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즉 끝없이 반복하는 프랙털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첫째, 지피지기를 통해 지역을 재발견하고 재발명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허울 좋은 브랜드로는 지역의 정체성을 살려 낼 수 없다. 시민의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열린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오래된 것만이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미래를 향한 아방가르드(avant-garde)풍의 새로운 것도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유니크함을 위해 투박하고 촌스럽더라도 가장 나다움(authenticity)을 가져야 한다. 창조는 모방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지역문화의 힘은 남을 모방하지 않는 용기에서부터 시작한다. 남을 모방만 한다면 경쟁이 치열한 레드존(red zone)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강원도다움과 강릉다움을 찾아야 한다. 문화영역만이 아니라 자치와 자율의 구성체인 지자체와 주민이 구심력과 원심력, 씨줄과 날줄로 조화로운 모자이크를 엮어 낼 때 비교불가한 아름다운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 
셋째, 활력이 넘쳐야 건강한 생태계이듯이, 지역이 적자생존하기 위해서는 탈중심·탈중앙의 원심력과 포용력으로 문화다양성을 꽃피워야 한다. 자기다움의 지역문화를 위해서는 지역의 표정, 모습, 분위기, 경관, 풍경, 풍토, 역사를 담아내는 어메니티(amenity)를 높여야 하며, 그 주체는 소수의 문화엘리트가 아니라 시민이어야 한다. 시민 모두가 문화의 옷을 입고, ‘문화화’를 지향하면서 일상적 창작드라마를 생산하는 로컬르네상스를 일으켜 보자. 그 결과는 어 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유사한 획일화가 아닌 대체불가의 차별화가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 지역은 세계와 중앙의 문화수신처가 아닌 자신만의 고유성을 뿜어내는 문화발신처가 되어야 한다.

라이프

이코노미 플러스

강원일보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