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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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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남원 기자

6·3 지선의 거리는 말들의 전시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글로 된 공약은 현수막과 함께 바람에 펄럭이고, 소리로 변한 메시지는 소음처럼 유세차를 따라 골목의 고요를 깨우곤 한다. 선거철, 메시지 전장의 모습이다. 메시지 설계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스틱!(Made to Stick)''은 살아남는 메시지를 그저 좋은 문장이 아니라 기억되고, 이해되고, 공유되고, 다시 언급될 수 있는 메시지라고 했다. 공약집 속 끝없는 글과 말의 향연보다 강렬한 단 하나의 문장이 중요한 이유다. ▼정치 메시지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공식은 더욱 선명해진다.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외침은 1956년 대선 때 나왔지만 7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된다.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가 사용한 핵심 슬로건인 “Yes, We Can(예스 위 캔)”은 세 단어로 시대정신을 압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메시지는 길이가 아니라 밀도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길거리에서 목도하는 메시지들의 수준(?)은 어떠한가. 후보자 이름을 지우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슬로건들이 횡행한다. 심지어 여야 구분까지 희미해진다. 구체성은 없고 추상만 남았으며, 감성은 건드리지 못한 채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다. 이야기는 없고 선언만 있다. 메시지가 아닌 명함만 남는다. ‘스틱''의 저자 칩 히스와 댄 히스는 단순하고, 의외성이 있고, 구체적이며, 감성적인 메시지만이 사람의 뇌에 닿는다고 했다. 이 조건을 동시에 충족한 현수막을 오늘 거리에서 몇 개나 발견할 수 있는가. ▼화려하게 기획된 슬로건이 선거가 끝난 뒤 단 한 줄도 기억되지 않은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유권자는 보기 좋게 만들어진 메시지와 시장에서, 골목에서 튀어나온 말들을 구분할 수 있다. 6·3 지선의 거리에도 지금 수백 개의 문장들이 나부끼고 있다. 그중에서 유권자의 머릿속에 착 달라붙는, 살아남는 메시지는 몇 개나 될지, 그것이 이번 선거의 성적표가 될 것이다.

오석기부국장·sg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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