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는 5월과 6월은 따뜻한 날씨와 함께 나들이와 여행이 늘어나는 시기이다. 한 달여 뒤면 동해안 해수욕장도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이하게 되고 관광지와 숙박시설, 다중이용시설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함께 일상의 여유를 즐기며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계절이지만, 이러한 계절적 분위기 속에서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범죄가 있다. 바로 불법 촬영 범죄다.
과거에는 흔히 ‘몰래카메라’라는 표현으로 불리며 장난이나 호기심 차원의 일탈 정도로 가볍게 인식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불법 촬영 범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으며, 사회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매우 심각해졌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초소형 카메라와 촬영 장비는 점점 작아지고 정교해졌으며 볼펜이나 시계, 차량 열쇠, 콘센트, 화재감지기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물건 속에 숨겨지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불법 촬영 범죄는 더 이상 특정 장소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숙박업소와 공중화장실은 물론이고 탈의실, 목욕시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 학교, 직장 등 일상 속 다양한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숙박시설 내부에 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들의 사생활을 장기간 촬영한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사례도 있었다. 이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경각심이 필요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범죄가 단순히 촬영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법 촬영된 영상은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불법 사이트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인터넷 공간에 퍼진 영상은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삭제를 하더라도 또 다른 경로로 재유포되는 경우가 반복된다. 피해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생활이 침해되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수치심 속에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단순한 불편함이나 일시적인 충격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피하게 되거나 외출을 두려워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우울감과 불안증세 등 장기적인 정신적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불법 촬영은 한 사람의 일상과 삶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범죄인 것이다.
이러한 범죄를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공중화장실이나 숙박시설 등을 이용할 때는 벽면의 작은 구멍이나 평소와 다른 부착물, 설치 위치가 부자연스러운 물건이 있는지 한 번쯤 살펴보는 습관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불법 촬영이 의심되는 상황을 발견하거나 피해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즉시 경찰에 신고하여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강원경찰 역시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불법 촬영 예방 점검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예방 활동과 홍보를 추진하고 있다.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경찰만의 역할로 완성될 수 없다. 시민들의 작은 관심과 참여가 더해질 때 비로소 더욱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다가오는 여름, 모두가 안심하고 여행하고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불법 촬영 범죄의 심각성을 더욱 깊이 인식해야 할 때다. 불법 촬영은 결코 가벼운 장난이 아니다. 타인의 삶과 존엄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 전반에 깊게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