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료 등 생산비용 급등 … 산지소값 폭락
500만원 넘던 한우 암소 300만원도 안돼
한국낙농육우협회원들 대책 마련 촉구
춘천 서면 방동리에서 황소 27마리를 키우고 있는 신원철(55)씨는 최근 송아지가 태어났지만 반가움보다 근심이 앞섰다.
이 송아지를 3년여 키워 시장에 내다 팔 때까지 사료값을 감당하기가 힘겹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송아지에게 먹이기 위해 구입한 배합사료(25㎏기준)는 8,600원이었지만 국제곡물가격 급등 여파로 최근 1만4,000원을 넘어섰다.
불과 1년 만에 두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신씨가 지난해 사들인 배합사료는 1,000만원을 약간 웃돈 정도였지만 올 들어서는 사료량을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2,000만원 이상 비용을 들었다.
사료값 폭등에 생산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신씨는 사료에 볏짚을 섞어주고 있으나 이마저도 각 농가마다 확보 경쟁이 벌어진 탓에 5톤 트럭 기준으로 70만원정도였던 볏짚이 올들어 100만원 이상 훌쩍 뛰었다.
우사에 깔아놓는 톱밥도 3톤당 60만원이던 것이 90만원대로 치솟았다.
이처럼 소를 키우는데 드는 비용은 모두 늘었지만 소값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어 신씨를 절망 속에 몰아넣고 있다.
30개월이 넘은 수소(거세소)는 한때 900만원까지 받았지만 지금은 500만∼600만원을 받아도 잘 받는다.
500만원을 넘었던 암소도 300만원 미만으로 떨어졌고 330만원까지 팔렸던 송아지도 13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조만간 100만원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신씨의 가슴은 ‘덜컥’내려앉는다.
신씨가 이달 초 황소 9마리를 팔아 받은 6,000여만원은 아주 잠시동안 신씨의 손에 머물러있다가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동안 밀려있는 외상 사료값 등 대출금 일부를 갚는데 써야만 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예전 같으면 8,000만∼9,000만원 정도 받아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산지소값 하락으로 그나마 손해를 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젖소를 생산하는 농가는 한우 농가보다도 더욱 심각한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도지회 소속 축산농가 회원들은 23일 도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젖소 송아지값 폭락으로 인한 안정화 기금 조성 등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젖소 송아지(초유떼기) 값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타결 전과 후의 가격 차이가 6배정도나 벌어졌고 지난 3월 37만원선이던 젖소 수송아지가 지난달에는 3만~5만원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또 “한우의 경우, 축산농가의 폐업을 막기 위해 지자체에서 165만원의 송아지 최저거래가를 정해놓고 차액을 보전해주고 있지만 젖소에 대해서는 이 같은 안전장치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계재철 도 축산과장은 “사료구매자금 지원 등 나름대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최저가보장제 등 안정화 기금 조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현재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기름값과 국제 곡물가의 영향으로 내년 2월부터는 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남윤·최기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