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영<시조시인·화천문화원>
참 요즘엔 자신을 과시하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다.
뭐 조금 했다하면 뜬다고 할까 남은 아예 눈에 뵈지 않는 모양이다.
오로지 자기만 있고, 자기 하는 일만이 정당하고 해가 뜨던 달이 뜨던 무시해 버리고 자기만을 내세워 이세상에서 자기가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가 하면, 자신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웬일인가. 그것도 그 지역에선 어른이라는 사람들이 말이다.
그러나 이 가을 모든 곡식이 영글어 가고 하늘이 자꾸 높아만 가는 이계절 내 이웃의 김노인 말씀이 생각난다. 지난봄 어느날 그분을 만났기에 『농사는 올해도 잘 하시겠지요』하고 인사를 했더니 김노인은 깜짝 놀라며 『아이구 원장님 무슨 말씀을요. 농사야 하늘이 해주는거고 해봐야 알지요』하고 얘기하는 거였다.
칠순이 넘도록 다른 일은 해본일 없이 오로지 흙과 함께 살아오며 농사라면 밭 농사든 논 농사든 눈감고도 훤하다 못해 요즘 말로 아마추어나 프로의 그 한계를 넘어 박사나 도사라해도 무리는 아니건만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하늘이 해주는 거라고 겸손하게 얘기하는 말을 들었을때, 그분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내 기억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뭐 조금 한다하면, 어떤 자리에 앉으면 하늘 높은줄 모르는데 김노인 생각이 이 사회에 고루 퍼져 잘 영그는 가을이면 좋겠다.
※ 이번주부터 오솔길 필진이 바뀝니다. 9, 10월에는 趙奎永(시조시인·화천문화원장) 鄭玉子(서울대 국사학과 교수·규장각 관장) 鄭愚文(강남병원 정형외과전문의) 沈在嬌(시인)씨가 집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