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줄이고 적금까지 깨면서 캠프 보내
수백만원 짜리 단기연수 프로그램 신청 줄이어
학부모 소득격차에 따른 교육 양극화 현상 보여
경기침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액 영어과외 열풍은 여전해 교육에서도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자녀 영어교육에 생활비의 절반 이상을 쏟아붓는 등 영어에 몰빵하는 분위기이다.
12일 주요 영어 캠프업체 등에 따르면 국내 영어캠프는 물론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해외 단기 어학연수에 자녀를 참가시키려는 학부모들의 문의와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내년 1월부터 4박5일간 용인에서 열리는 67만원짜리 A영어캠프에는 참가자 모집 일주일만에 도내에서만 150여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이 업체는 경제사정을 고려해 지난해 6회에 걸쳐 진행했던 캠프를 4회로 줄였으나 총신청자 900여명을 모두 수용하기 위해 다시 2회 늘려 진행할 계획이다.
캠프 신청자의 부모 최모(37·춘천)씨는 “맞벌이로 버는 200여만원정도로 7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지만 그래도 국제화 시대인데 영어 몇 마디는 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자녀의 영어교육을 위해 적금을 깨거나 생활비를 대폭 줄인 학부모들도 있다.
학부모 이모(49)씨는 겨울방학 동안 중학생인 두 자녀를 해외 단기 영어캠프에 보내기 위해 지난 1년간 모은 3,000만원짜리 적금을 깼다.
이씨는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기 위해 모은 돈이지만 얼마후면 전 과목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외식비용을 줄이는 등 당장은 힘들겠지만 자녀의 장래를 생각하면 이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미국 및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에서 10주 일정으로 열리는 영어캠프는 평균 1,0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됨에도 일부 유명 캠프는 조기마감 되는 등 학부모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500만∼600만원이 드는 B여행사의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 단기연수 신청자도 지난해보다 10%가량 늘었다.
신길호 강원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부모의 소득격차에 따라 자녀의 영어실력이 결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영어캠프를 지역 대학 및 중·고교에서 소화하는 등 공교육으로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원선영기자haru@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