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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지킨 ‘영동고속도로 기념비’ 누더기 신세…관리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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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비 표면, 보수 흔적들로 눈살 찌푸리게 해
“영동고속도로의 가치를 생각했을 때 관리 필요”

◇4일 찾은 대관령 정상 ‘영동동해고속도로 준공기념비’. 강릉=권태명기자

“해발 850m의 대관령 정상에 우리나라 최대의 기념비를 세운다.”

대관령 정상에 우뚝 선 10m 높이의 ‘영동동해고속도로 준공기념비’. 1975년 10월 영동고속도로 새말~강릉 구간 개통과 함께 세워진 이 비석은 반세기 동안 묵묵히 동해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4일 찾은 기념비는 발 아래로 보이는 영동고속도로의 위용과는 달리 여기저기 임시 처방을 위해 땜질을 한 누더기 신세였다.

기념비 표면의 이색적으로 새겨진 패턴은 수차례 반복된 보수작업의 흔적이었다. 찢어진 옷을 기워 입힌 듯 삐뚤빼뚤한 흔적들이 겉면을 덮고 있었고, 주변에는 나무 방책이 부러진 채 방치돼 있었다.

◇기념비 표면 곳곳이 보수한 흔적으로 가득해 마치 누더기 옷처럼 보였다. 강릉=권순찬기자

영동고속도로는 동해안의 운명을 바꾼 ‘게임 체인저’였다. 설악산이 전국 수학여행 필수코스가 되고, 동해안 관광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뒤에는 늘 영동고속도로가 있었다. 노승만 미래강원연구소장은 “영동고속도로가 없었다면 설악산 관광 붐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영동고속도로는 ‘동해안 관광산업의 시발점’으로서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그 역사를 품은 기념비들은 세월 앞에서 잊혀가고 있다. 대관령 구도로에 있는 ‘대관령 도로 준공 기념비’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일제강점기 도로 확장을 기념하며 세운 비석은 글자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빛바래 있었다. 대관령 도로의 변천사를 규명할 수 있는 자료로 가치가 높지만 현재는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존재가 된 것이다.

◇‘대관령 도로 준공 기념비’는 글자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빛바래 있었다. 강릉=권태명기자

영동고속도로 개통 50주년을 맞은 만큼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승만 소장은 “대체로 준공기념비는 관리가 잘 안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영동고속도로의 상징성과 가치를 생각했을 때 준공기념비 관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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