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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안중근 의거 100주년

“숭배하는 자신의 우상을 쓰시오.” 1913년 7월1일자 ‘시보(時報)’에 실린 장쑤(江蘇) 제1사범대학 입학시험의 한 문항이다.이 문제에 대부분의 수험생이 ‘안중근’이라고 답했다.1909년 10월26일 만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그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그를 다룬 영화, 소설, 가극, 그림자극, 극본이 쏟아졌다.지금도 역할 모델로서 중국인에게 각인돼 있다.근대소설 중에는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품도 상당수다.▼‘영웅루(英雄淚)’는 일본이 조선을 병탄하기까지의 비참함과 안중근을 비롯한 우국지사들의 구국활동을 그렸다.1911년 봄 이전에 간행됐다.“나는 우리나라를 위해 원수를 갚았소.… 형장에서도 웃음을 머금고 죽음을 맞은 진정한 호걸지사, 죽은 후 그 안색 살아있을 때와 변함없네.이야말로 한국 제일의 영웅, 청사에 영원토록 그 이름 남으리.” 이 작품에서 안중근은 유년시절부터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영웅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1915년 상하이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망국영(亡國影)’은 강화도조약 이후 근대 조선의 아픈 역사를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농민운동 청일전쟁 민비시해 등 일련의 정치적 사건을 토대로 기술했다.여기서 안중근을 통해 제시하는 ‘국민의 의무’는 그것이 ‘값어치’를 지녔으면 더욱 좋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를 위해 ‘죽음’으로 그 ‘절개’를 지키는 일이다.이 같은 최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작품의 사건 전개 과정에서 우연성과 추상화 전략을 선택했다.▼근대 중국에서 창작된 소설 속 안중근은 영웅의 모습이다.그를 재현한 작품에서 중국 지식인에게 내재돼 있던 한국에 대한 욕망을 읽을 수 있다.강력한 지도자인 안중근에 대한 열광적 자세다.올해가 안중근 의사의 의거 100주년, 내년은 순국 100주년이다.서거일인 3월26일, 기념행사가 다채롭게 열린다.유해발굴도 추진된다.연해주 단지동맹비를 방문하는 이도 늘고 있다.우국 심정을 담았을 그의 글을 찾아내고 행적을 더듬는 일은 우리의 과제다. 장기영논설위원·kyjang@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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