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성 흘리 잦은 재해 대비 불구
비닐하우스 160여개 붕괴 피해
인접 농가 큰 피해 격차에 의문
파종 못하면 올 농사 포기 절박
“비닐하우스가 거꾸로 뽑혀 하늘에서 떨어집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지난 13일 오전 고성군 간성읍 흘리 주민들은 이달 초 강풍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강풍 피해를 입은 지 열흘이 지났지만 흘리 곳곳에는 여전히 상흔이 깊게 패어있었다.마을회관 앞에는 복구를 위해 투입된 소방대원들과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간성읍장은 강풍 피해 발생 이후 마을에 상주 중이며 이장들은 온 마을을 돌며 복구상황과 필요한 물품 등을 확인했다.
군장병들의 대거 투입으로 무너진 160개 비닐하우스는 대부분 치워졌으나 주민들은 생계를 생각하면 막막하다. 흘리는 도내 주요 피망 산지로 이달 초 파종을 시작한다.
마침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시점에 비닐하우스가 대규모로 붕괴되며 생계수단을 잃었다.
국내 최초의 스키장인 알프스 스키장이 있던 흘리는 눈과 강풍이 잦은 곳이다. 항상 주민들은 눈, 강풍 피해에 주의했고 이를 감안해 내재해형 비닐하우스를 조성했음에도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하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신동길 흘1리장은 “우리 마을은 모두 두꺼운 파이프 기둥을 쓴 내재해형 비닐하우스를 쓰는데 너무 큰 피해에 당황스럽다”면서 “지반이 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큰 피해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진교식 흘3리장은 “이달 안에 파종하지 못하면 한 해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면서 “하루빨리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마을의 비닐하우스 3분의 2가량이 피해를 입은 횡성군 강림면 부곡리에서도 복구 활동이 한창이었다.
한 비닐하우스는 원래 있던 자리에서 70m 떨어진 산의 잦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있었다. 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비닐하우스 4동 중 3동이 붕괴된 반면 맞은편의 5동은 비닐만 조금 찢겨져 있다.
내재해형으로 조성됐음에도 길 하나를 두고 전혀 상이한 결과가 나오자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상돈 부곡2리장은 “농사 중인 3동의 비닐하우스 중 1동은 멀쩡했지만, 2동은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 이런 농가들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허남윤·최기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