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수백억 국비 투입 비닐하우스 부실 의혹

440억원 받아 초속 40m까지 견딜수 있는 '내재해형' 설계

시공비 두배 불구 22m 바람에 폭삭 도 전체 170억대 피해

일반 비닐하우스 오히려 멀쩡… 지자체 날림공사 여부 조사

이달 초 도내에 불어닥친 돌풍에 비닐하우스 수천 채가 무너져 17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면서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무너진 비닐하우스 대부분이 국비 지원을 받아 강풍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내(耐)재해형'인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기 때문이다.

고성군 간성읍 흘리 일대는 지난 3, 4일 이틀간의 강풍으로 87동의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73개 비닐하우스가 반파됐다. 이 마을은 워낙 바람이 잦은 곳이라 1,107동의 비닐하우스가 모두 내재해형으로 지어졌다. 현행법상 내재해형 비닐하우스는 지난 30년간 가장 강했던 바람과 가장 많은 양의 폭설을 견뎌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에 따르면 고성지역의 내재해형 비닐하우스 설계기준은 초속 40m까지 견디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고성군 확인 결과 3, 4일 흘리 일대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22.9m였다. 160개의 비닐하우스가 설계기준의 절반 정도 위력의 바람에 힘없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고성뿐만이 아니다. 올해 내재해형 비닐하우스 2동을 새로 지은 양구의 김모(69)씨는 이달 초 강풍으로 내재해형 비닐하우스가 기둥째 뽑혔다. 기존에 쓰던 일반 비닐하우스는 오히려 멀쩡했으나 뽑힌 내재해형이 바람에 날려 지붕에 떨어지는 바람에 함께 무너졌다. 김씨는 “올해는 내재해형 비닐하우스를 새로 지어 걱정도 안 했는데 오히려 말썽이 생겨 더 속상하다”고 말했다.

횡성에서도 이번 강풍으로 518동의 비닐하우스가 무너졌다. 군은 무너진 비닐하우스 대부분이 내재해형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내재해형 비닐하우스가 국비로 지어진다는 점이다. 일반 비닐하우스는 1동(330㎡ 기준)에 500만~700만원의 시공비가 드는 반면 내재해형은 1동에 1,000만~1,500만원으로 두 배에 달한다. 이로 인해 내재해형은 국비로 1동당 65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내에서는 내재해형 비닐하우스 건립에 440억원의 국비가 지급됐다. 이 정도의 바람에 내재해형 비닐하우스가 쓰러지자 수백억원의 혈세가 날림공사에 지원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힘을 받고 있다. 실제 횡성군 등 일부 지자체 부실공사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피해시설과 시공업체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도 관계자는 “내재해형 비닐하우스는 풍속과 풍향, 적설 등을 모두 고려하게 돼 있으나 이번 피해는 이례적인 시기에 워낙 갑작스럽게 분 돌풍이라 견뎌내질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허남윤·최기영·정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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