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미국 로스쿨 접어두고 `조선록' 부르짖는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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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인터뷰-춘천 출신 로커 전범선

상투에 짚신 … 한국적인 풍미 담아

흔한 영어 한마디 가사에 없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밴드가 꿈”

거칠면서도 부드럽다. 부드러우면서도 명확하다. 혁명을 부르짖는 동시에 강렬한 사랑을 노래한다.

춘천 출신 전범선(25)씨가 가장 한국적인 풍미를 담은 '조선록'을 지향하며 새롭고 독특한 음악의 지평을 열어 주목받고 있다.

전범선씨가 이끌고 있는 록밴드 '전범선과 양반들'은 2013년 결성해 2014년 1집 '사랑가'를 발표, 올해는 2집 '혁명가'를 내놓아 자신들의 음악 색깔을 확고히 다졌다. 그리고 양반 3부작 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방랑가'를 치밀하게 준비 중이다.

조선록을 하는 밴드답게 '전범선과 양반들' 노래 가사에는 그 흔한 영어 한 마디가 없으며, 장구 장단 같은 리듬은 기타와 드럼 위에서 덩실거린다. 전범선씨는 “한국적인 정서와 맛을 담은 조선록을 계속 배워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가장 한국스러운 단어로 이뤄진 가사, 리듬, 정서, 추임새, 몸짓을 담아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낮에는 공자 왈 맹자 왈 하고 밤에는 풍류를 즐기는 삶을 살고 싶어 지은 팀명처럼 전씨는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 그 흔한 말의 주인공이다.

강원중·민족사관고를 거쳐 미국 다트머스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 역사학 석사를 마쳤다.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강사로, 아리랑 라디오 '소닉시티(Sonic City)' 고정 게스트로, 잡지 등 다수 매체의 기고가로 활동하는 등 다방면으로 재주가 뛰어나다. 그는 또 미국 콜롬비아 로스쿨에 입학했지만, 남들과 같이 법조인 길을 걷기보단 자신만의 음악인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그는 “같은 단계를 밟아 다른 사람과 똑같이 살게 될 단조로운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며 “무모하고 실험적이겠지만 배워온 역사·철학을 기반으로 만든 음악으로 세상 사람들과 폭넓게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산울림의 노래와 송창식의 목소리를 사랑하는 전범선씨는 그들의 뒤를 밟으면서도 한국 음악계의 독보적인 아티스트를 꿈꾼다.

마지막으로 “'전범선과 양반들'을 남들이 흉내낼 수는 있지만 대체될 수는 없는 멋있는 밴드가 되고 싶다”며 “오래 묵혀야 제맛인 된장처럼 앨범을 낼수록 숙성도가 깊어지고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올 연말 군입대를 앞둔 그는 공백기 동안 탈춤 등 전통무형문화를 배울 계획을 세워 속이 꽉 찬 알맹이로 다시 돌아올 것을 예고했다.

이하늘기자 2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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