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일반

“집은 불에 탔지만 미래 위해 투표 해야죠”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강릉시 성산면 사무소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강릉산불 피해 지역인 보광리, 관음리, 위촌리 등 유권자들이 길게 줄 선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강릉=권태명기자

산불 피해 이재민

소중한 한표 행사

“불에 집이 다 타도 투표는 해야죠.”

강릉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집을 잃은 심선희 성산면 위촌1리 이장은 대선 투표일인 9일 오전 8시께 위촌1리 마을회관에서 투표를 했다.

심 이장은 이날 동네 어르신 8명을 모시고 이른 시간부터 투표장을 찾았다.

심 이장은 “산불로 집이 타버린 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고 투표는 꼭 해야 하는 것인 만큼 투표소를 왔다”며 “이번 화재로 성산면에 많은 피해가 있었는데 다음 대통령이 복구할 수 있는 발판만큼은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강릉 단오문화관에서 투표를 한 주달섭(70)씨도 이번 화마로 66㎡의 집이 모두 탔다.

주씨는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도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씨는 “투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만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차기 대통령은 다른 건 둘째치고 정치를 좀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번 산불로 가장 많은 주택 피해가 발생한 성산면 관음리의 이재민들도 성산면사무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산불로 집이 전소해 아들집에서 지내고 있는 김순태(81)·강순옥(79)씨 부부도 투표용지를 곱게 접어 투표함에 넣었다. 김씨는 “집이 타서 정신이 없어 엄두를 못 내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했다.

강릉=임재혁기자 jaehyek@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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