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새벽 1시 대피방송에 몸만 겨우 빠져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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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집중호우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침수 피해현장

◇도내 17·18일 이틀간 200㎜에 가까운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평창군 횡계리 일대 하천이 범람해 67가구가 침수한 가운데 최문순 지사가 피해주민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위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정선알파인경기장에서 발생한 토사유출로 침수 피해를 입은 상가에서 흙탕물을 걷어내는 정선군과 산림청 직원들.이명우·권태명기자

시가지 도로 30cm 진흙펄

일부 주택 집안까지 쌓여

이재민 70여명 망연자실

"분명한 인재" 불만 토로

“올림픽으로 최대 피해를 입은 마을이 됐습니다. 목숨이라도 건진 게 복이라고 생각해야죠….” 18일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고 대관령면사무소로 대피한 이재민 권근녀(여·48)씨는 “새벽 1시께 대피방송을 듣고 창밖을 보니 하천 쪽에서 흙탕물이 거세게 들어오고 있었다. 고령의 모친과 함께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며 당시의 아찔한 상황을 떠올렸다.

이날 오전 영동고속도로 대관령IC부터 횡계리 시가지에 이르는 4차선 도로는 양쪽으로는 진흙펄이 쌓여 밤사이 쏟아진 폭우 피해를 실감케 했다. 시내로 진펄하자 횡계6리 저지대 골목길은 20~30㎝씩 진흙펄이 쌓여 통행 자체가 불가능했다. 몇몇 주민은 집 안까지 밀려든 펄을 삽으로 퍼내고 사방으로 흩어진 가재도구들을 치우며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대관령면사무소 2층에 마련된 대피소에는 70여명의 주민이 긴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주민들은 올림픽 당시 조직위원회가 차항천의 일부를 메우고 돌망태를 쌓아 하천을 도로로 이용한 뒤 구조물이 제때 철거되지 않으면서 피해를 키웠다고 불만을 털어냈다. 이창연(여·67)씨는 “전날 밤부터 많은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계속 있었던 만큼 굴삭기로 개비온(돌망태로 만든 물막이)을 파내기만 했어도 이런 물난리는 겪지 않았을 것 아니냐”며 “이것은 분명한 인재”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은 죽든지 살든지 관심도 없는 조직위 처사에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주광신(56) 횡계6리장은 “주민 모두가 격한 심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 같은 재해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달라”고 조직위에 촉구했다. 어승담 평창군수 권한대행은 “평창군과 조직위가 함께 가구별 피해조사와 침수 원인 규명에 나설 것”이라며 “이재민들의 구호와 심리적 치료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평창=김영석기자 kim711125@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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