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는 `유전자 가위'

박상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자공학과

가위는 오랜 옛날부터 인류의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현재까지 용도에 맞게 발전해 오고 있다. 음식점, 이·미용실, 공예작품실 등 우리의 생활과 뗄 수가 없는 세계 공통의 도구이며 인류의 발명품이 가위다. 이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가위'에 비유되고 있지만 실제 가위는 아닌데 DNA를 자르는 새로운 가위가 등장해 전 세계 과학계에 화두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다. 유전자가위는 특정 염기서열만 인식하는 가이드 RNA가 세포의 특정 DNA 부위를 인식해 결합하게 되면 그 부위를 분해효소(CRISPR)를 이용해 잘라내고 붙이는 유전체교정(genome editing)기술이다. 제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는 과거 덴마크의 한 요구르트 회사에서 유산균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는 것에서 발견됐다. 이후 '크리스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돼 이 세균의 적응면역기능을 이용해 DNA 절단 기능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의 효율성과 특이성이 떨어져 유전체에 사용하기 어려웠던 유전자가위들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가위로서 효용성이 확인된 것이다. 이 사실로 불과 몇 년 전까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던 '크리스퍼'가 과학계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게 됐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여러 작물에 이 기술을 적용해 기존 작물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형질의 작물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방산을 없애고 식용유에 구웠을 때 맛이 더 좋은 콩, 가뭄저항성이 강화된 콩·보리와 밀, 찰기가 향상된 찰옥수수, 올리브 오일 성분을 함유한 식용유, 곰팡이병 저항성이 강화된 밀, 갈변이 쉽게 되지 않는 양송이와 감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들 작물은 머지않아 아마도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될 것이다. 또한 동물 형질 개량, 유전병과 희귀질병 치료, 신약 개발, 맘모스 등 희귀 멸종 동물 복원, 극미량 바이러스를 탐지해 질병을 진단하는 등에까지 활용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무궁무진한 응용 가능성을 가진 유전자가위 기술은 생명공학을 미래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성장시켜 나갈 주요 기술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세계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에 발맞추고 세계 시장을 우리가 선점해 나갈 수 있게 철저한 준비와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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