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효습도 건조경보 수준 ‘뚝'
‘방화' 사회적 요인까지 작용
효율적 대응체계 점검 시급
지난 4일부터 삼척·영월·강릉·동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강원도의 산불 위험이 한층 더 심각해졌음을 보여줬다.
이른바 ‘양간지풍(襄杆之風)'·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으로 불리는 지형적 요인 외에도 ‘기후변화'와‘방화'란 사회적 요인까지 종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기 때문이다.
6일 강원도산불방지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22년간(2000~2022년) 발생한 대형 산불 28건 중에서 발생 원인이 ‘방화'인 산불은 5일 발생한 강릉 옥계면 산불이 처음이었다. 이날 새벽 1시8분께 발생해 옥계면과 동해까지 잿더미로 만든 산불은 60대 마을 주민이 토치로 낸 불이 원인이었다. 강릉 옥계면은 2004년에도 원인이 ‘방화 추정'인 산불(430㏊)이 발생했다. 경북 울진에서 시작해 삼척으로 확산된 산불도 담뱃불 실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요인 외에도 기후 여건도 산불 위험에 훨씬 취약해졌다. 산불 확산에 가장 중요한 변수인‘풍속'과 ‘습도'를 보면 크게 악화된 것은 습도다.
기상청에 따르면 5일 기준 산불 발생지역의 순간 최대 풍속은 초속 7.4m(영월)~17.2m(삼척)로 10년 전인 2012년 3월 기준 초속 9.2m(동해)~17.4m(삼척)와 비슷하다.
하지만 실효습도는 확연히 떨어졌다. 5일 기준 산불 발생지역의 실효습도는 영월 37%, 강릉 28%, 동해 26%, 삼척 25% 등으로 10년 전인 2012년 3월(삼척 78%, 강릉 75%, 동해 73%, 영월 57%)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크게 떨어졌다. 실효습도 35% 이하는 건조주의보, 실효습도 25% 이하는 건조경보 발령의 기준선이다.
김경남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북 울진→삼척, 강릉 옥계→동해로 시·도 및 시·군 경계를 넘나들며 확산되는 산불의 위험에 효율적인 대응체계를 갖췄는지도 점검해야 한다”며 “특히 처음으로 ‘방화'가 원인인 산불이 발생했는데 사회안전망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하림·권순찬기자
■양간(양강)지풍은 = ‘양양~간성(고성)' 또는 ‘양양~강릉' 사이에서 부는 바람을 뜻한다. 봄철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국지풍으로, 고온건조하고 풍속이 빠른 특성이 있어 강원도 산불이 크게 번지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