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신중했다. 길지 않은 시간의 인터뷰에서도 말을 아꼈다. 며칠 전에 일어났던 강릉의 우모씨 아들의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된 논란 때문인 듯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그는 “원래 의미는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발언의 표현이 거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말했다. 같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국회의원과의 갈등설에 대해서도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말 몇 마디로 틀어질 그런 가벼운 사이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권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19일 오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진행됐다.
윤핵관 불화설 “장 의원과 자주 소통 글 몇줄로 흐트러질 사이 아냐”
당정 지지율 하락 “집권 여당에 더 큰 책임 ... 세제 개편 등 노력”
오색케이블카 추진 “윤석열 대통령 무조건 추진 약속 ... 적극 지원”
■현안이라 먼저 질문한다. 강릉 출신 대통령실 행정요원과 관련된 ‘사적 채용''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우선 국민들께 제대로 설명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 드린다. 제 본래 뜻은 그런 것이 아니었지만 많은 분이 저의 표현에 대해 불편해하셨다고 하는 만큼 그 부분은 저의 불찰이다. 설명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말씀 드리고 설득하겠다.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 맞게 처신하도록 노력하겠다.”
■이번 사안에 대해 권 대표가 설명하려 했던 본래의 뜻은 무엇인가=“선출직 공직자 비서실의 별정직 채용은 일반 공무원 채용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들은 선출된 공직자와 운명을 같이하고 임기가 따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제가 추천한 청년도 대선 기간 캠프에서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휴일도 없이 일정 선발대에 포함돼 전국을 누볐던 친구다. 그래서 대통령실에 추천을 했던 것이다. 다만,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표현이 과했던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사과 드린다.”
■장제원 의원이 SNS를 통해 이와 관련한 발언을 직격했다. 이를 두고 두 사람의 불화설도 나왔다=“장 의원의 지적을 보면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봤다. 그리고 겸허하게 그의 지적을 받아들였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화설은 너무 나간 것이다. 장 의원과의 관계는 SNS의 글 몇 줄로 흐트러질 그런 사이는 아니다. 장 의원과 그날 밤에도 통화했다. 그의 뜻도 들었고,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자주 소통하고 대화를 나누는 사이다.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직무대행이지만 집권여당의 당대표다. 원내대표 업무도 함께 수행해야 하는데, 부담은 없나=“물리적으로 바쁜 것은 사실이다. 원내대표와 당대표의 일정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여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퍼펙트스톰'' 의 경제위기 속에서 시름하고 있는 국민 앞에서 감히 바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송구스럽다. 현재 당내 절대다수 의원도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 회복을 위해 조기 전당대회 등보다는 직무대행체제를 의결했고 또 안정화에 마음을 모아주고 계시기 때문에 앞으로도 크게 우려될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된다.”
■여당이 어수선하다. 지지율도 떨어졌다. 현재 당의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는가=“우선 무한 책임의 집권여당 책무를 맡겨주셨는데 당 내부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게 되어서 국민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 크다. 대외적 요인이 큰 영향을 끼친 경제위기이지만 민주당 정부와 다른 실력과 전문성으로 극복하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었을 것이다. 더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들의 뜻을 섬기겠다. 조속히 국회 정상화를 통해 민생대책에 총력을 다할 것이고, 기본에 충실하면 여당의 노력도 국민들께서 알아주시리라 기대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도 30% 초반대까지 떨어졌는데=“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하락은 우선적으로 경제 위기 속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유가 등 경제위기를 국민이 직접 체감하고 있다. 두번째는 국민의힘이 당대표 징계건으로 당내 갈등을 겪었고, 이를 대외적으로 계속 과잉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께선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더 큰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회 원구성을 통해 시급한 민생 현안부터 여야가 합의 처리를 할 것이다. 유류세 인하 폭 추가 확대, 직장인 식대 비과세 확대, 부동산 세제 개편 등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
■탈북어민 북송 문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등 전 정부의 대북 관련 문제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진다는 느낌이다=“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기본조차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로 삼는 것이다. 해수부 공무원의 표류 사실을 알고도 구하지 않고 월북으로 조작했으며 심지어 유가족을 대상으로 회유 시도까지 있었다. 이에 대한 진실을 밝혀 국가의 존재 이유를 회복해야 한다. 특히 탈북어민은 인권 문제다. 인권을 그렇게 강조했던 문재인 정권이 제대로 된 조사도 안하고 북한 말만 듣고 강제 북송을 했다. 우리 당의 태영호 의원도 귀순할 때 북한이 범죄자 취급했는데 북한 말만 믿고 강제북송했으면 어떻게 됐겠나.”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야당 역시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은데=“당연히 여소야대 상황에서 협상과 타협으로 풀어 갈 문제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양보가 불가능한 부분도 있다.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를 저버리거나 인권에 대한 이중잣대를 어떻게 용인하고 타협할 수 있겠나. 자유민주주의와 한미동맹, 시장경제 등 원칙을 지켜나가는 협상을 앞으로도 지속해 나가겠다.”
■원 구성도 아직 못하고 있다=“앞서 국민의힘은 국회의장 선출에 협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에게 먼저 양보를 했다. 상대가 먼저 양보했으면 자신도 양보하는 것이 협치의 기본적인 태도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하나라도 더 쥐려고 욕심을 부리고 있다. 행안위와 과방위는 관례대로 하면 여당의 몫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둘 다 가져가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민주당이 민생을 언급하면서 원구성이 늦어지는 이유를 국민의힘으로 돌리고 있는데 실상 민생의 발목을 잡고 있는 행태다.”
■얼마 전 서울~강릉 KTX 강릉선 ‘무정차 열차''가 도입됐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1시간20분만에 서울에서 강릉까지 주파가 가능해진다. 그동안 강원도는 접경지역, 환경 문제 등으로 개발에 있어서 역차별을 받아 왔다. 서울~강릉 KTX 시범운행은 주말 기간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했던 교통망 확충을 위해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향후 강원도가 개발, 관광 등에 있어서 자기 몫을 찾아가기 시작했다고 보면 알맞을 것 같다.”
■새 정부가 약속했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올해 국비 확보 가능성은 어떤가=“당연히 강원도민들과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김진태 강원도정의 주요 현안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선거 과정에서 무조건 추진을 약속했었다. 언급했던 사업들은 강원도 개발의 특혜라고 보면 안된다.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됐던 것에 대한 보상이고, 정부가 마땅히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강릉은 자주 가나. 중앙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지역구 관리가 쉽지 않을 것 같다=“되도록 주말에는 강릉에서 머무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지역 현안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역 발전을 위한 업무 역시 놓지 않고 있다. 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는 강릉시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차기 당대표 출마 얘기가 나온다=“지금은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회복에 전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다른 정치 문제를 고민할 잠깐의 여유도 없다. 원내대표를 했으면 됐지 뭘 더 욕심을 부리려고 하냐는 얘기도 나온다는 걸 알고 있다. 더 낮고 겸손한 자세로 항상 똑같이 봉사하려고 하며 어느 자리를 향해서 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담=유병욱 편집국장
정리=이하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