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자칼럼 신호등]기관 통계가 담지 못하는 것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강동휘 경제부 차장

지난달 초 모처럼 고향에 내려가 식구들과 삼겹살파티를 즐겼다. 헌데 어머니가 지난 봄 무렵 절여놓은 명이나물이 상에 놓였다. 무심코 상추는 없는지 여쭙자 어머니는 “너무 비싸, 세 배 넘게 올랐더라”고 답하셨다. 지난 7월 말 기준 강원도 영서지역 중품 상추값은 1,500원으로 두 달 전 647원에 비해 2.3배 상승했으니 세 배까진 아니었지만 확실히 너무 올랐다. 어머니는 놀란 탓에 더 비싸게 느껴지셨나 보다. 그렇게 그 분 마음속에 상추는 명이 보다 비싼 작물이 돼버렸다.

서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물가와 통계기관 등이 조사한 통계자료는 지역, 시기, 방식 등에 따라 일부 격차가 생기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특히 강원도는 가격 조사 대상이 대개 춘천·강릉 중앙시장 또는 대형마트에 국한된다. 문득 기관에서 작성한 통계에 비해 일반 시민이 자택 근처 소규모 시장에서 구입하는 물품 가격 차이가 궁금해졌다. 마침 추석이 머지않은 터라 스스로 성수품 가격을 조사해 보기로 결심했다. 지난달 13일 춘천 동부시장을 돌아다니며 나만의 작은 시장 조사가 시작됐다. 00과일가게 배 1상자는 얼마, 0번째 채소 노점에서 오이 한 바구니에 얼마, 이런 식으로 추석 성수품 10여 개의 가격을 적어나갔다. 무 1개에 3,000원, 깐마늘 250g 3,000원, 배 15kg 10만원, 감자 1kg당 3,000원, 돼지고기 1kg 3만원, 계란 왕란 한판 8,000원 등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추석을 앞둔 1일, 다시 같은 시장을 찾았다. 전국적으로 채소 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상당한 가격 차를 예상한 터였다.

그런데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노점 및 가게 대부분 지난 조사 가격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배는 15kg에 9만5,000원로 오히려 가격이 내렸다. 품질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과일가게 주인은 “동네 장사이므로 좋은 과일을 들여놓지 않으면 손님들의 항의가 심하다”고 했다. 가격 변동은 도매상이 낙찰받은 금액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도매상을 통해 채소를 구입하는 채소 노점은 왜 가격이 그대로 일까? 그 이유는 노점의 특성에 있었다. 가격을 3,000원 등에 딱 맞춰 놓고, 판매하는 채소의 양을 늘리거나 줄여 조절하는 방식이었다. 대형마트처럼 10원 단위로 가격을 조정할 수 없으니 고안해 낸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배추, 시금치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추석 성수기에도 같은 정량, 같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채소 노점상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손해만 안 보면 조금 덜 벌어도 기존 가격에 그냥 팔아요. 하루 3만원 벌어도 손님이 오는 것만 해도 만족하는 거지.”

그는 최근 날씨가 궂어 도매가가 모두 비싸고 특히 고추의 경우 금방 상해 절반은 버린 단다. 노점상들이 도매 가격의 변동 폭을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었다. 이윤 보다 고객이 계속 찾아주는 게 더 소중한 탓일 게다. 당초 목적인 가격 변동폭을 알아내진 못했지만 기관 통계가 담지 못한 한 가지를 찾았다. 고단하지만 마음 만은 넉넉한 소상공인의 삶이다. 물가는 급등하고 추석 이후 공공요금 인상까지 기다리고 있지만 올해는 썩 괜찮은 한가위가 될 듯하다. 푸근함을 안고 시장을 나왔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또 하나의 상처, ‘강제징집과 녹화사업’

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