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헴프가 마약? 31조원 시장에 못나가는 춘천 바이오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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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덫, 신음하는 강원도]
알츠하이머·전립선암 신약 개발 가능함에도 불구
헴프를 마약으로 규정한 법 때문에 상용화 포기
강원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육성 위해 법 풀어야

강원도가 수십년간 오지로 남아있는 까닭은 ‘규제’ 때문이다. 이름도 복잡한 2중·3중 규제로 개발은 중단됐고, 각종 법에 묶여 변변한 기업체 하나 데려오지 못하면서 일자리마저 줄자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기 시작했다. 강원도가 ‘인구소멸 1번지’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내년 6월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강원도는 규제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강원일보는 지금도 지역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 현장을 살펴보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획보도를 시작한다.

(1)강원 바이오산업 발목잡는 법

강원대 이구연 교수가 이끌고 있는 춘천의 (주)케이메디켐은 헴프(대마)를 활용한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기술력을 확보했다. 상용화만 된다면 의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현재는 개발이 올스톱 상태다. 햄프를 마약으로 규정한 마약류관리법 때문이다.

(주)휴온스도 마찬가지다. 헴프를 활용한 전립선암 의약품 관련 연구를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마약류관리법으로 제품 생산 및 유통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있다.

두 기업은 춘천시와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이 2025년까지 총 사업비 110억원을 투입해 진행하고 있는 ‘강원 그린바이오 한국형 헴프 플랫폼 및 산업화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춘천시는 이를 기반으로 세계가 주목할 바이오 기업으로 이들을 육성, 일자리 창출은 물론 바이오산업의 메카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꿈조차 산산조각날 위기에 처해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북미, 유럽 등 여러 국가들이 헴프에서 추출한 카나비디올(Cannabidiol, CBD)로 뇌전증 치료제, 미용 및 건강보조식품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환각성분이 많은 마리화나 종류의 ‘대마’와 함유량이 적어 의료용, 산업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헴프를 구분해 산업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헴프에서 추출한 CBD는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환각이나 중독성이 없는 안전한 물질로 평가까지 받았다.

이에 따라 그린 바이오 미개척 분야인 대마(헴프) 관련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46억달러에서 2025년 230억달러(31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강원도의 대마 재배 농가는 63곳으로 전국 대마 재배(허가) 농가 283곳의 22.2%로 가장 많고, 전체 재배면적 39.06㏊ 가운데 31.7%인 12.4㏊에 달한다. 따라서 대마 산업은 향후 춘천 바이오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강원도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마약류 관리법에서는 성분 구분없이 헴프마저도 대마와 함께 규제하고 있어 의료 및 산업용의 원료로 사용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는 실정이다.

최근 춘천시와 강원도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강원특별자치도 법안에 마약류관리법의 예외조항과 대마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마재배자의 정의 확대, 재배 후 활용, 제조·매매·수출 불가, 대마취급 불가 등 5개 조항에 관한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강원특별자치도 법안에 담겠다는 것이다.

홍문숙 춘천시 경제재정국장은 “그동안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의 규제 완화에 대해 수차례 건의와 요청을 했다”며 “강원도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규제 완화를 통한 바이오 신성장 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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