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종홍칼럼] 지자체 산하기관장 인사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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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들어서도 ‘측근 챙기기’ 논란 지속
사적 채용·인맥 뽑기 악순환 중단돼야
시·군도 인사청문제 도입 적극 고려할 때
‘적임자 찾기’ 실천 쉽지 않아
공직자 의리,

인사(人事)의 계절이다. 민선 8기 출범 3개월째가 되면서 각 지자체에서 공무원은 물론 산하기관장 인선까지 한창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잡음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강원도와 강원테크노파크는 원장 임명 절차의 적법성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또 도의회는 신임 강원연구원장으로 내정한 후보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정치적 편향성과 전문성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춘천시에서는 지난달 통합먹거리지원센터 이사장과 센터장을 신규 채용했지만 자격 시비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채용을 진행 중인 정책보좌관과 산하기관장 공모를 두고도 말이 많다. 사실상 내정자가 있는 형식적 공모라는 것이다. 춘천시의회가 인사청문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나 자치단체나 사람 기용은 잘하면 만사(萬事), 못하면 망사(亡事)가 된다.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는 원칙은 간단하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선출직 공직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자치단체장이 지향점이나 이념 성향이 자신과 맞는 이들을 주변에 두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문성과 무관한 인사로 경영 부실, 지방재정 악화 등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점이다. 지자체 산하기관장 인사가 때마다 코드·낙하산·보은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하기관장 인선 과정에서 ‘논공행상’이니 ‘측근 챙기기’니 하는 뒷말이 나온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산하기관장 인사독점에 따른 폐해를 이제는 청산하고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산하기관 설립 목적이 ‘본청이 모두 챙길 수 없는 전문화되고 특성화된 분야의 업무를 맡기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인사 접근법은 이제라도 달라져야 한다.

시·군 산하기관은 엄청난 혈세가 들어가는 조직이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왜 존치돼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산하기관장은 도대체 어떻게 임명됐는지 알 수 없어 자질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나마 도의회는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해 지방공기업과 출연기관장 임용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하고 있지만 시·군 산하기관장에 대해서는 이런 절차조차 없다. 이 때문에 기초자치단체 산하기관장에 대한 지방의회 인사청문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사적 채용과 인맥 인사는 이제는 중단돼야 한다. 공직자가 의리와 인연을 중시하는 것은 사적 이득을 취하는 것과 같아 공익에 반할 소지가 크다. 사실 인사청문회는 의회 차원에서 주장할 것이 아니라 떳떳한 인사를 위해 기초자치단체장이 먼저 요구해야 하는 게 옳다. 따라서 자치단체장들이 앞으로는 지방의회 인사청문회가 권한침해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더 많은 사람의 검증과 평가를 거치는 것이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는 데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갖기 바란다. 자신의 눈에만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재를 뽑는 것은 인사권자의 자질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 제나라 군주인 환공이 어느 날 관중과 함께 마구간을 둘러보다 관리인에게 무엇이 힘든지 물어보았다. 관리인이 선뜻 답을 못 하자 관중이 “우리를 만드는 일이 제일 어렵다”면서 대신 “선부곡목 곡목우구곡목(先傅曲木 曲木又求曲木)”이라고 답했다.

처음에 굽은 나무를 쓰면 계속 굽은 나무를 써야 하기 때문에 삐뚤어진 우리가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처음부터 곧은 나무를 쓰면 계속 곧은 나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굽은 나무는 쓸래야 쓸 수가 없다”고 고했다. 인사는 처음부터 직목(直木)처럼 곧은 인물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처음에 부패한 사람을 쓰면 부패의 고리가 이어져 결국 망하기 십상이다. 부실 인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우리는 그동안 충분히 경험했다. 인사청문제도는 지자체와 지방의회 간 협약 등을 통해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 관건은 자치단체장의 결단이다. 민선 8기 자치단체장들이 남은 임기 동안 부적절한 인사권 행사로 인한 폐해 논란을 잠재우고 굽은 것은 굽었다고, 곧은 것은 곧다고 인정하는 올바른 인사의 물꼬를 터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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