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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메달전사 집착 이제 그만 스포츠 인권 개선 나설 때

김용수 강원체육시민연대 체육학박사

한국에는 두 가지 스포츠가 있다. 메달 따는 스포츠와 생활로서의 스포츠다. 특히 국가 주도 체육정책과 엘리트 스포츠주의는‘메달 전사’로 어린 학생들을 육성하는 데 주력한다. 젊은 세대는 이미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어른들만 국위선양 강박에 사로잡혀 스포츠의 구조적 문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구조에 선수들의 인권은 늘 설 자리가 없다.

지난 20년간 한국 사회에서 인권은 뚜렷한 발전을 이뤄왔지만 유독 스포츠계는 뒤처져 있다. 체육계 성폭력 문제는 2008년 언론 보도로 폭로된 직후 정부가 근절 대책을 내놨지만 2019년 빙상과 유도 종목에서 또다시 발생했다. 2020년에는 상습폭행과 갑질을 당한 트라이애슬린 선수가“그 사람들 죄를 밝혀달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0년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은 목적 조항에 ‘국위선양’을 삭제하는 대신, ‘체육인 인권을 보호’한다는 문구를 추가하여 입법취지를 분명히 했다. 직장운동경기부의 불공정계약을 막을 수 있게 표준계약서를 보급하고, 체육지도자 연수 과정에 폭력 예방교육을 포함시키며, 관련 범죄에 대한 체육지도자의 결격사유 기준도 강화했다. 스포츠비리나 체육계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명단 공개 조치와 함께 징계정보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신설된 스포츠윤리센터는 신고 접수와 조사를 하며 고발과 징계요구를 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받는 등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입법수단이 동원되었다.

이후 2021년에는 스포츠클럽법, 스포츠기본법 등이 새로 제정되었다. 스포츠클럽법은 지역사회 회원들로 구성된 정기적인 체육활동 진흥 단체인 스포츠클럽을 내세우면서, 기존의 학교운동부나 동호인 등 조직체를 재편하고자 하는 정책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또, 스포츠기본법은 ‘모든 국민은 스포츠 및 신체활동에서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며 스포츠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는 국민의 ‘스포츠권’을 천명하면서, 관련 시책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선언하였다.

또한 정부는 스포츠 4대악을 근절하겠다며 스포츠윤리센터를 출범시켰지만 존재는 희미하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매번 나오는 대책은 이전 대책을 그대로 베낀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 폭언하고 폭행하지 않는 1차적 인권보장을 위한 노력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비인기 종목인 육상, 체조, 근대5종 등은 국가가 체육중·고교에 예산을 투입해 양성한다. 이 과정에서 어린 선수들의 몸이 망가지는 것도 문제다.

윤석열정부는 학생선수가 초·중등 의무교육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했다. 이는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될 것이다.’ 어린 학생들을 운동 속에 고립시키고, 낙오되는 순간 갈 곳이 없어지게 만들면 아이들은 각종 폭력에 저항하지 못한 채 견딜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운동 이후의 미래를 꿈꾸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스포츠를 생활의 일부로서 즐기고, 국가가 메달에 대한 집착에서 내려놓는 데서 스포츠 인권 개선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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