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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정치와 예술

현대판 국부론이라 불리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은 한 나라의 번영과 빈곤을 결정하는 원인은 정치제도라고 말했다. 정치제도가 정치와 경제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정치제도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헌법이다. 헌법은 정치 주체에게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과 같다. 도로와 교통체계가 바뀌었음에도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하지 않은 채 운전하면 목적지에 갈 수 없다. 헌법 경제학을 창시한 제임스 뷰캐넌은 정치와 경제의 실패가 헌법의 실패에 그 원인이 있다고 봤다. 정치와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결론이다.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번영하는 스위스·독일이 거의 매년 개헌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일은 1949년 이래 60여 차례, 스위스는 1848년 이후 150여 차례나 헌법을 개정했다. ▼1987년에 개정된 현행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은 역사가 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4년 중임제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되기 직전 개헌을 제안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 개헌안을 만들어 발표했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달랐고 여러 현안에 밀리면서 개헌은 구호와 약속에 그쳤다. 일부에서는 졸속 개헌은 안 된다고 한다. 230여년간 효력을 유지하는 미국 헌법도 4개월 만에 만들어졌다.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각 주 대표들은 거의 매일 하루 6~7시간씩 열정적으로 협상하고 타협을 모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며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4년 중임제, 대선 결선투표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감사원 국회 이관 등의 구체적인 내용도 제시했다. 정치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예술이다. 우리 정치인들은 가능한 것도 불가능하게 만들어 지탄을 받아 왔다. 국회 불신이 위험 수위다. 이번 개헌 논의가 정치를 가능성의 예술로 복원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권혁순논설주간·hsgw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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