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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사람에 대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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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경우도 있지만 사람도 보는 관점에 따라 평가를 달리할 수 있다. 18세기 중국 문인 원매(袁枚)는 유(柔)와 약(弱), 강(剛)과 폭(暴), 검(儉)과 색(嗇), 후(厚)와 혼(昏), 명(明)과 각(刻), 자중(自重)과 자대(自大), 자겸(自謙)과 자천(自賤)을 구분할 줄 알아야 사람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온유함과 나약함, 강직함과 포악함, 절제력과 인색함은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그 본질은 전혀 다르다. 넉넉하고 남을 편하게 해주는 성격이 좋아 보였는데 막상 함께 일을 하고 보면 너무도 사리 판단에 어두워 안타까운 사람을 간혹 본다. 참 똑 부러지고 분명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될 일에까지 지나치게 각박해 인정머리가 없는 사람임을 알고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자존감과 교만함, 겸손함과 열등감이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실은 자존감이 있어야 겸손할 수 있고 교만함은 열등감과 한통속임을 우리는 안다. 얼핏 보면 그게 그거 같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며 그 차이가 엄청난 결과로 이어지는 예들을 간명하게 짚어낸 구절이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동아시아의 사상과 역사 서술에서 매우 중요한 위상을 지녀 왔다. 학문의 근간이 나는 어떤 사람인지 성찰하고 어떤 사람이 돼야 할 것인가를 배우고 실천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공부는 남에게 나의 실력을 입증해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제대로 된 사람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의 강조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강원도가 최근 승진 인사에 반영해 온 다면평가제를 폐지키로 했다. 업무능력 평가보다 학연, 지연, 인맥 중심의 부작용이 속출했다. 일은 못해도 인간관계만 좋은 사람이 평가를 잘 받는 다면평가제는 인사보조자료 정도로 참고하는 데서 그쳐야 했다. 인사는 역시 제일 어려운 일이다. 의인물용 용인물의(疑人勿用 用人勿疑·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말고, 일단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라는 옛말은 그저 생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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