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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영월의 새 성장산업 '트레킹'

최명서 영월군수

지난 1일 한국의 차마고도라 불리는 운탄고도 영월~태백 구간이 새롭게 정비되어 일반에 공개됐다.

평균 고도 546m, 최고고도 1330m로 국내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트레킹 길이 개설된 것이다.

운탄고도는 1970년대 석탄 운송을 위해 조성됐다. 당시 국내 최대의 탄광 지역인 우리 영월과 정선, 태백, 삼척에서 캐낸 석탄을 운송하기 위해 고산준령을 깎고 메워 만들었다. 만경대산을 비롯해 두위봉, 백운산, 함백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을 연결해 트럭이 다닐 정도로 넓고 평탄하게 조성됐다.

그런 만큼 이 길은 1980년대까지 만해도 한국 경제의 상징이었다. 특히 운탄고도의 중심지인 김삿갓면 주문리, 일명 모운동 마을은 광부들의 생활 중심지로 웬만한 도시 부럽지 않은 번화가였다.

해발 700m의 첩첩산중에 위치했지만 상주 인구가 1만 명이 넘었고, 식당과 술집 등 생활 편의 시설은 물론 극장 같은 문화 시설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강아지도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1987년 석탄 산업 합리화 조치 이후 광산업이 쇠퇴의 길을 걸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탄광은 문을 닫고, 사람들은 떠나고, 모운동은 잊혀진 마을이 되었다. 운탄고도 또한 차 한 대 다니지 않는 폐도가 되면서 오랫동안 잊혀진 길로 방치됐다.

그런 운탄고도가 최근 들어 휴식과 힐링의 트레킹 길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강원도와 해당 지역 4개 시군이 힘을 모아 이 길을 한국의 차마고도,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로 조성코자 대대적인 정비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진입로를 확장하고 폐쇄된 길을 정비하는 한편,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각종 편의 시설도 곳곳에 설치했다. 광부들의 애환과 사연을 소개하는 유물이나 입간판도 새롭게 정비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1단계로 영월~태백 구간의 정비를 마무리하고 일반에 공개한 것이다.

해발 1,000m의 고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일망무제의 탁 트인 시야, 봄의 야생화, 여름의 녹엽,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까지 계절마다 색다른 자태와 아름다움을 뽐내는 자연 경관, 거기에 한국경제의 초석을 다진 광부들의 삶과 애환이 깃든 스토리까지…

운탄고도를 걸으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가객(歌客)이 되고,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될 것이다.

우리 영월에는 운탄고도처럼 자연 경관이 수려하고 특별한 사연을 지닌 길이 많다.

비운의 왕 단종이 유배 오던 단종유배길, 시대의 방랑자 난고 김방연의 체취가 서린 김삿갓방랑길, 동강할미꽃을 비롯해 각종 야생화가 만발하는 동강생태길…

이러한 길을 영월 군민은 물론 전국의 모든 국민들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해 휴식과 힐링을 즐길 수 있도록 우리 군에서는 대대적인 트레킹길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그 길에 깃든 특별한 사연에 어울리게 다듬고 정비하는 한편, 인근의 농촌 휴양마을을 트레킹 거점 마을로 조성해 이용객들의 편의를 도모할 것이다.

아울러 매월 이달의 트레킹길을 선정해 소개하고 주기적으로 트레킹 대회도 개최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트레킹박람회 유치, 트레킹골목 조성 등 관련 산업 육성을 통해 트레킹을 영월의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영월을 트레킹 왕국으로!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군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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