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단상]'신의 선물' 원주 조엄 고구마

이용춘 수필가

‘고구마’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다. 키가 크고 인물이 훤한 이 친구는 오십 년 지기다. 고구마가 길쭉하게 생겼으니 이 별명이 붙었으려니 생각하고 지금까지 지내왔다. 며칠 전 모임에서 이 친구를 만났다. 고구마! 어떻게 지냈냐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수다를 떨었다. 얘기 끝에 고구마란 별명을 왜 갖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학창 시절 쌀이 귀해 밥이 아닌 고구마를 도시락으로 자주 가지고 오다 보니, 별명이 되었다는 것이다. 고구마 별명의 슬픈 유래였다. 꼰대라 하겠지만 70년대까지는 먹거리가 모자랐다. 지금은 건강을 위해 흰쌀밥보다는 잡곡밥을 먹지만, 그때는 쌀이 모자라 옥수수, 조, 보리 등 잡곡밥을 자주 먹었다. 잡곡에 고구마를 넣어 밥을 지으면 밥이 부드러워지고, 맛이 훨씬 좋다. 지금은 고구마가 주식보다는 간식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고구마는 기후와 토양에 별 구애받지 않고 다른 작물처럼 김을 매지도, 비료를 주지 않아도 잘 자라기 때문에 전국에서 재배된다.

그러나 역시 고구마 중의 고구마는 치악산을 병풍 삼아 자란 원주 ‘조엄 고구마’다. 원주는 치악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준고랭지 지역으로, 일교차가 커 고구마 품질이 뛰어나다. 다른 지역 고구마보다 단맛이 강하고, 육질이 단단하며 쫀득하다. 이러한 자연환경 덕에 원주에서 생산되는 고구마는 연간 5,800톤(2020년 기준)으로 강원도 총 생산량의 74%를 차지한다. 소비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고구마 소비량은 2.9kg으로 밀가루(1.1kg), 콩류(1.7kg) 등에 비해 훨씬 많다. 고구마는 소화 촉진 및 변비 예방, 노화 및 성인병 예방, 다이어트, 항암효과가 커 ‘신의 선물’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고구마는 조엄이 1763년 조선통신사 정사로 일본을 다녀올 때 대마도에서 들여왔다. 부산 동래에서 첫 시험 재배를 했고, 여러 차례의 실패 끝에 성공해 굶주린 백성들의 배를 채워주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영조는 고구마를 들여온 조엄의 공을 기려 원주 작동마을(지금의 간현) 일대의 땅을 하사했다. 풍양조씨 문중에서는 조엄이 돌아가시자 이곳에 모셨다. 원주시에서는 조엄의 애민 정신을 선양하고자 묘역을 정비하고, 2014년 기념관을 건립했다. 여기서는 조엄의 삶과 고구마에 관한 많은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기념관 뒤편 300미터쯤에 있는 묘역까지는 산책하기 딱 좋다. 올가을 여행지로 조엄기념관을 찾는 것도 의미가 크겠다. 궁금한 사항은 해설사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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