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지역 공사현장에서 중고령층 근로자는 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안전 조치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단한 안전 수칙도 지키지 않는 '안전 불감증'이 근로자 사망 사고를 초래하고 있다.
본보가 올해 1월부터 춘천지법과 산하 4개 지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1심 판결이 내려진 사건 15건 중 근로자 사망 사건 9건을 분석한 결과 6건이 '추락사'였고, 충격으로 인한 두부 손상이 2건, 매몰이 1건이었다. 사망 근로자는 60대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와 70대도 1명씩 있었다.
추락사는 안전대, 작업 발판, 방호망 등 안전장치 미설치가 원인이었다. 춘천의 A토목공사업체는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도로 표지판 설치 작업을 하면서, 안전대 부착 설비를 설치하지 않았다. 60대 근로자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채 경사면에서 작업 하다가 11m 옹벽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원주에서 음식점 신축 공사를 했던 B업체는 2.7m 높이 비계에 안전 난간을 설치하지 않은 채, 60대 근로자에게 전기 공사 작업을 시켰다가 추락사로 이어졌다.
충격으로 인한 '두부 손상'도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간과한 결과였다. 인제에서 군부대 경계 울타리 설치 작업을 했던 C 건설업체는 지난해 12월 굴착기의 버킷에 60대 근로자를 태워 4.8m 높이의 장소에서 벌목작업을 하게 했다. 이 근로자는 바람에 넘어진 벌목 나무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사망 사고를 초래한 업체들은 작업계획서 작성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업체들이 피해자측과 합의했고, 동종 범죄 전력이 없다는 이유로 '징역형 집행유예' 를 선고했다.
형사 처벌을 받고도 또 안전 수칙을 소홀히 하는 사례도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2차례 형사 처벌을 받았던 고성의 D업체 대표는 건물 철거 현장에 출입금지조치를 취하지 않고 작업을 했다. 결국 근로자가 포크레인이 넘어뜨린 벽체에 맞아 상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고,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도내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는 14건에 달했다. 전국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303건을 원인별로 보면 '작업 절차 및 기준 미수립'이 108건(24.4%), '위험방지 미조치' 70건(15.8%) 순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전국적으로 매일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한 치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